[친절한 쿡기자] 당신이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

[친절한 쿡기자] 당신이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

당신이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

기사승인 2018-12-19 09:30:00

씩씩하지만 여리고 속 깊은 당신. 안타까운 사연에 한숨을 짓고 누군가의 비극에 때로는 눈물도 흘렸을 것입니다. 일면식이 없을지라도 신문, 방송을 통해 접한 타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겠죠.

고(故) 윤창호씨. 뉴스를 챙겨보는 당신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입니다. 고 윤씨는 휴가를 나왔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경을 헤매다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기억조차 못합니다. 

고(故) 김용균씨.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품으로 남은 컵라면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줬습니다. 택배회사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감전사고로 숨지는 일도 있었죠.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밤을 새워 일했을 그가 받기로 했던 일당은 9만370원이었습니다. 

화재사고도 잇따랐습니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의 한 여관에서 방화사건이 발생, 6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중 사망자 3명은 전남 장흥에서 서울 나들이를 온 초등학생, 중학생 딸과 그 어머니여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같은 달에는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의사, 간호사, 환자 등 4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천 세일전자·종로 고시원 화재 사망자의 사연에 왈칵 눈물을 쏟았을지도 모릅니다.  

눈물지으며 기도하거나 명복을 빈다. 아마 한 번도 대면한 적 없는 타인을 위해 당신이 행한 애도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과연 ‘최대한’의 애도였을까요.

고 윤씨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을 ‘실수’라고 여기는 의식이 사회에 깔려 있습니다.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윤창호법 발효 전날인 지난 17일, 서울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경찰 단속에 적발되거나 사고를 낸 경우는 모두 2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어쩌면 당신도 ‘나는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사고는 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 김씨 등 노동자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은 요원합니다. 당신도 ‘고용의 유연화’와 ‘경영 관리’를 위한 일이라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나요.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수많은 비정규직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눈물만 흘린다면 또 다른 김용균의 죽음에 다시 애도를 표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화재 사건·사고의 현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골목 곳곳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여전히 소방차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비상구에 물건을 적재해놓거나 아예 막아버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당신의 달라진 ‘애도’가 필요합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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