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국내 가상화폐 업계는 거래소 해킹부터 대표의 횡령까지 사건 사고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실명계좌를 도입하면서 가상화폐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빗썸기준)은 현재 연초 대비 80% 가량 떨어진 42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 실명계좌 도입, 비트코인 가격 폭락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상화폐 열풍에 금융당국은 올해 1월 거래실명제를 시행했다. 금융당국이 가격폭등에 대한 우려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발급 전면 중단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렇다보니 신한‧기업‧농협은행 외에 가상화폐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은행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광주은행은 가상화폐 실명거래 시스템을 갖췄으나 계좌는 발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은행)영업을 중단시키겠다고 한 것은 실명확인계좌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가상화폐 취급 업소가 자금세탁방지의무, 고객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 절차를 갖추었다면 은행이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이후 가상화폐 가격은 폭락했다. 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빗썸기준)은 연초 2500선을 터치하기도 했으나, 실명계좌 도입 후 한 달 만에 66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현재 42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화폐) 가격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리플 가격은 연초 47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410원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도 연초 대비 90% 가량 떨어진 14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잇따른 거래소 해킹…법원, 계정 해킹엔 거래소 배상 책임 없어
유빗(현 코인빈)은 지난해 두 차례 걸쳐 해킹을 당했다. 올해도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고가 터졌다. 코인레일은 6월 당시 400억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유실했다. 같은 달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도 당시 190억원 정도의 가상화폐가 털렸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으로 보유하던 가상화폐를 도난당했다고 해도, 계정 해킹인 경우 거래소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BTC코리아닷컴(빗썸운영)이 비트코인의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자에게 요구되는 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BTC코리아닷컴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발송하는 인증 숫자는 법적인 비밀번호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암호화하지 않아 기술적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거래소 사기‧횡령, 요동치는 가상화폐
올해 들어 가상화폐 거래소는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줄줄이 검경 수사 대상에 올랐다. 1월 당시 거래량 기준 국내 3위 거래소였던 코인원은 마진거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2월에는 빗썸이 지난해 발생한 해킹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빗썸은 사외이사가 개인 컴퓨터에 3만여명의 가입자 정보를 저장했다가 털렸던 것. 해킹사건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 유출 계정을 통해 가상화폐가 출금됐다는 것이다.
4월 코인네스트 김익환 대표와 임원이 횡령,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5월 업비트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가상화폐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전산상으로 있는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12월 업비트 운영업체인 두나무 임직원 3명은 전산 시스템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상화폐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꾸며 회원들로부터 1491억원 상당을 가로챘다는 내용이 골자다.
연이은 가상화폐 거래소 수사에 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빗썸기준)은 출렁였다.
빗썸의 압수수색 소식이 들린 뒤 하루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30% 가량 급락했다. 코인네스트 대표 등 임직원이 구속된 다음날에도 750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20만원 이하로 하락했으며, 업비트 압수수색 소식 당시 1시간 30분간 매도물량이 쏟아져 12% 가량 급락했다.
◇ICO 실태조사…금융위 ICO 반대유지 가능성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는 최근 22개 블록체인 업체의 가상화폐공개(ICO)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부처별 차관급 인사로 구성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에 보고할 계획이다. 실태조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9월 금융감독원은 ICO를 실시했거나 준비 중인 블록체인 기업들에게 질문지를 발송했다. 질문지는 회사의 일반 현황, ICO 진행 국가 및 발행 물량, 국내 거주자에게 배정된 물량 등 52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ICO 규제 법안 등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ICO는 결국 다른 사람의 돈을 받아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간단한 사업계획서만 있으면 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사업이 투명하고 사업계획의 구체성이 있으며 자금을 반환할 장치도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두 가지 측면이)크게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