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에 반격 나선 의사들…“대치 아닌 협치해야”

尹 파면에 반격 나선 의사들…“대치 아닌 협치해야”

의협, 20일 전국의사궐기대회 개최
조기 대선 국면 속 의료계 셈법 복잡
“전공의 7대 요구 내부 의견 수렴 필요”
“尹 집권 3년간 정치 후퇴…의정 쇄신해야”

기사승인 2025-04-08 06:00:08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6월18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차도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곽경근 대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의료계가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간 분산됐던 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재검토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내부에선 자칫 의사를 향한 국민적 반감이 커질 수 있다며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당일 개최한 긴급 상임이사회에서 오는 13일에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20일에는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의협은 집회에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활동 중단,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백지화 등을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의협은 “궐기대회를 통해 조속히 의료 환경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자 한다”며 “투쟁 일정과 내용은 대의원회, 16개 시도의사회와 논의한 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에는 개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봉직의, 교수 등 모든 의사 직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이 주최하는 대형 집회가 열리는 건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인원은 경찰 추산 1만2000명(의협 추산 4만명)으로, 당시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총 3만6059개 중 5379개로 14.9%를 기록했다. 올해 집회 예정일(20일)은 일요일로 병원들이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아 환자 혼란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의협은 그동안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의대생 집단 유급·제적 위기에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무책임하다는 내부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의료개혁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서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시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정부를 향한 압박이자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제21대 조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잠정 결정됐다.

의료계에선 대통령 자리가 공석인 만큼 더 이상의 의료개혁 추진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선 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문책해야 한다는 요구도 한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정부 의료개혁 추진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며 “먼저 할일은 책임자 징계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의정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윤 전 대통령의 독단으로 실행된 모든 의료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정부는 일방적인 의료정책 강행을 멈추고, 의정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의료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공의들이 내세웠던 7대 요구안도 수정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을 떠나면서 복귀 조건으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및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 명령 폐지 등을 내세웠다.

의료계 내부에선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이젠 의정이 대치보단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재영 대한의료정책학교 교육연구처장(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은 “의료계는 대통령 파면 이후 밝은 미래를 그리는 선에서 그칠 게 아니라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현 국면에서 의협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큰 비판적 여론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전공의 7대 요구안에 대해서 아무런 논의 없이 이대로 갈등 국면을 지속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수정하거나 몇 개는 제외할 것인지 내부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처장은 오는 20일 열리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관해선 “그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나 복지부 장·차관을 욕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만 줄을 잇는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며 사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주장들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의협은 궐기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의료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과 정치가 후퇴했다. 이젠 쇄신과 함께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들을 잘 마무리해서 다음 정부에 이양하는 것이 올바른 모습일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고 무너진 의정 관계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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