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김태우 ‘공익제보’, 기존과 무엇이 달랐나

신재민·김태우 ‘공익제보’, 기존과 무엇이 달랐나

기사승인 2019-01-04 06:00:00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공익제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제보가 “기존의 공익제보와는 다르다”며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공익제보는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려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는 것을 뜻한다. 공익제보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자 지난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됐다. 제보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신고는 법률에 의거해 기관 등에 일정한 사실을 진술해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법에 따라 공익신고자는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공익신고와 관련해 신고자의 범죄 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는 그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된다. 파면, 징계, 인허가 취소 등의 불이익 조치도 금지된다. 포상금과 구조금 등도 받을 수 있다. 

신 전 사무관과 김 전 수사관은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정부의 KT&G 사장 교체 시도와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폭로한 신 전 사무관은 법에 따른 공익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공익신고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수사기관, 감독기관,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단체·기업 등의 대표자 또는 사용자에게 신고해야 한다. 

신 전 사무관은 공식 창구 대신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뭐? 문재인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을 바꾸려 했다고?!’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 정부가 KT&G 사장을 교체하려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과거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언론, 종교단체 등을 통해 고발이 이뤄졌다. 공익제보자는 얼굴을 가린 채 익명으로 등장했다. 신 전 사무관의 사례처럼 유튜브를 통해 공익 제보를 자처하는 당사자가 직접 의혹을 폭로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이 공익제보에 부합하는지도 논란이다. 특히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기획재정부 측에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적자국채 발행이 불필요했음에도 전임 정부가 방만하게 국정을 운영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국가 부채를 늘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측은 이에 대해 “의사결정을 위해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며 “결국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추가 발행이 진행되지 않았기에 강요 여부를 판단하기 모호하다는 논리다.

과거 공익제보의 경우에는 비위 혐의 사실이 뚜렷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문옥 전 감사원 감사관은 지난 1990년 재벌 그룹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감사가 압력으로 인해 중단됐다고 폭로했다. 지난 92년에는 이지문 전 중위가 군대 내 부재자투표 과정의 부정선거를 고발했다. 이외에도 해군본부 간부들의 군납비리 사건, 현대자동차 품질 결함 사건에 대한 제보가 있었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규정된 284개 침해행위 중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권남용 위반은 침해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신 전 사무관은 ‘공익제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즐겁게 제보하고 유쾌하게 (제보) 영상 찍기를 원했다”며 “공익제보자가 숨어다니거나 사회에서 매장당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3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온라인에 올린 게시글에서는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이 싫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12시40분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신 전 사무관을 발견, 병원으로 후송했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김 전 수사관의 제보도 문제가 됐다. 제보의 배경에 비위 수사가 있었다.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이 민간인 신분이자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사찰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 박 전 센터장에 대한 첩보를 수집했다는 것이 김 전 수사관의 주장이다. 그는 또 특감반이 전직 총리 아들·은행장 등 민간인 동향 조사를 자행했으며, 공공기관 330여 곳에 대한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수사관의 의혹 제기는 곧 진정성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그의 비위 행위 때문이다. 민간 건설업자와 부적절한 골프 회동, 감찰 사안 언론 제보 혐의 등이다. 김 전 수사관은 ‘공익 목적의 내부고발’ ‘국민의 알 권리’라는 표현으로 제보 의도를 설명했지만,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 역시 청와대에서 검찰로 복귀한 김 전 수사관에게 중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김 전 수사관의 제보를 바탕으로 한 공방은 정치권에서도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김 전 수사관을 ‘의인’으로 추켜세웠고 여당과 청와대는 그를 ‘범죄혐의자’로 규정지었다. 이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전 수사관은 공익제보자”라며 “탈탈 털어서 나온 것이 260만 원 향응밖에 없다. 범법자라고 하는데 청와대는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수사관의 폭로에 신뢰성과 일관성이 없다”면서 “동기가 불순하다”고 꼬집었다.

민수미,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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