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의원들의 비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6일 경북 예천군의회 등에 따르면 예천군의원 9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5명이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미국과 캐나다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나이아가라 폭포 견학 등 대부분이 관광 일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인당 442만원씩 총 6188만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문제는 ‘외유성’ 출장에 그치지 않았다. 연수 기간 박종철(자유한국당)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현지 한국인 가이드를 주먹으로 폭행했다. 또한 일부 군의원들이 해당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 부의장은 “부의장직을 내려놓고 당적 관계는 당의 처분에 따르겠다”고 사과했다.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도 “국외 연수 과정 중 연수단 일행을 통솔하지 못하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박 부의장 등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게재됐다.
지방의회의 비위는 예천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전남 순천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한 달 동안 2번의 해외연수를 떠났다. 한 달 동안 약 900만원의 혈세를 연수에 쓴 의원도 있었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2017년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유럽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나 비판을 받았다. 충북도의회는 이후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막말’도 질타의 대상이다. 홍준연(더불어민주당) 대구 중구의원은 지난달 중구 본회의에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며 “젊어서부터 땀 흘려 돈을 안 벌고 쉽게 돈 번 분들이 지원금을 받고 난 다음 성매매를 안 한다는 확신이 있느냐. 혈세 낭비다”라고 말했다. 여성단체 등은 홍 구의원이 비하·혐오 발언을 했다고 항의했다. 전근향(더불어민주당) 부산 동구의원의 막말도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해 7월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김모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김씨의 부친도 같은 아파트에서 근무 중이었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 대표였던 전 구의원은 사고 직후 경비업체 측에 “숨진 김씨의 아버지를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상이 끝나기도 전에 전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전 구의원은 당에서 제명됐으나 소송을 통해 복직했다.
막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먹’이 나가는 일도 있다. 지난해 11월 김상득(자유한국당) 경남 밀양시의회 의장과 정무권(더불어민주당) 밀양시의원은 쌍방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최청환(무소속) 경기 화성시의원은 여성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본래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다.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시민 의식이 높아졌음에도 권위적인 의식을 버리지 못한 의원들이 남아 있는 것이 문제”라며 “시민은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권한을 대행하라고 넘겨준 것이지 ‘갑질’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당은 공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겸직 위반, 외유성 출장 등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위를 제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