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화해편지에 대해 롯데그룹이 ‘진정성이 없다’고 거절하면서 지리하게 이어져온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 신동주 “한·일 롯데 각각 나눠 경영하자”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여러차례 ‘화해의 기본 방침’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해당 편지에는 경영권 분쟁을 멈추고 멈추고, 일본 롯데 홀딩스가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를 해소하도록 한국 롯데를 일본으로부터 독립시킨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일본에서 분리된 형태로 신동빈 회장이 각각 맡는 구조로 이어가자는 내용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편지에서 “동빈에게 큰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한국 롯데를 동빈의 책임 하에 독립시켜 한·일 롯데가 양립하는 구조, 상호 간섭하는 일이 없는 조직 구조로 만든다는 것”이라면서 “화해안이 실현되면 동빈이 지금 이상으로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싹을 없애게 돼 한국과 일본의 직원들이 안심하고 롯데그룹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롯데그룹이 자본관계상 일본 경영진의 영향력을 받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이러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화해 제스쳐를 일축했다. 이날 롯데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화해시도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 측은 “신 장 면회 시도 당시 수감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갑작스럽게 왔고, 홍보대행사와 변호사 등으로 추정되는 수행원 7~8명이 동행했다”면서 “심지어 면회 시도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존과 동일하게 신 회장과 롯데 경영진을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보도자료 역시 그 때처럼 화해 시도 자체를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 뿐 아니라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 경영진, 각 회사 등을 상대로 한국과 일본에서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개인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와 ‘상법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면서 “신 전 부회장은 본인의 경영복귀를 주장하는 앞선 5번의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모두 패했으며 해임 무효소송에서도 패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에서 진행된 해임 무효소송 2심에서는 해임이 정당하다는 기존 1심 결정을 유지했는데, 보도자료 배포 시점이 판결일자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 형제의 난 시발점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이 촉발된 원인은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있다.
지배구조상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최정점은 호텔롯데이며, 이 호텔롯데 최대주주가 일본롯데홀딩스다.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가 28%, 종업원지주회가 27%, 임원지주회가 6%, 관계사가 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뉴롯데’를 선언하며 수백개에 달했던 출자구조를 정리하기 전 일각에서 ‘일본기업’이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 지배구조와 후계구도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2015년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의 모든 보직에서 전격 해임되면서 본격적인 형제의 난이 발발됐다.
여기에 같은 해 7월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되자, 불과 11일 후인 27일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이사를 전부 해임하면서 맞불을 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사실상 후견인으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해임안을 무효로 돌린 뒤 아버지를 총괄회장에서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했다.
이후 신동주 회장은 다섯차례에 걸친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복귀를 시도했지만 완패했다. 자신을 이사직에서 해임한 것이 부당하다며 일본 법원에 낸 소송도 결국 각하됐다.
신격호 명예회장 역시 2017년 6월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힘들다는 한정후견인 판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신동주 전 부회장의 힘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2월에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 사이트에 광윤사(光潤社) 대표 명의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유죄판결과 징역형의 집행에 대해서’라는 입장자료를 내고 신 회장의 즉시 사임·해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 형제의 난 속 ‘화해편지’ 의미는
따라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화해편지’는 사실상 차·포가 떼인 상황에서 경영권에 복귀하기 위한 마지막 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신동주 회장은 지난해 4월 24일, 7월 6일, 8월 31일 3차례에 걸쳐 신동빈 회장에게 같은 내용의 친필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당시 신동빈 회장은 법정구속 상태였고 재판을 준비 중이라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미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측은 “그간 고령의 아버지를 앞세워 각종 계약서, 위임장 등을 작성하며 경영권분쟁을 촉발시킨 분”이라면서 사실상 화해를 거절했다.
이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아버지로부터 증여 받은 한국 롯데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는데 그 행동이 아버지의 뜻과 같이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