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행장 겸직'이라는 제왕적 지배구조 등으로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됐다고 판단했던 DGB금융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약속했던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 약속을 끝내 저버리고 과거 지배구조로 유턴했다.
특히 김태오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 등에서 "은행장 분리는 지주와 은행 이사회에서 합의한 사안인 만큼 이를 지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DGB금융그룹 이사회는 지난 1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자추위)를 열고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고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인 겸직체제로 운영하도록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반발을 의식한 듯 자추위는 공휴일인 13일 담화문을 내고 "은행 이사회에서 추천한 후보를 포함한 퇴임임원들에 대한 은행장으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검토해 본 결과 현재로서는 대구은행의 문제들과 조직의 내부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수개월간 이어져 오고 있는 직무대행체제를 지속하는 것 역시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불안정을 공표하는 모습이 되므로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이 최선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비리 온상’이라는 오명을 타개하자며 지배구조 개선을 외쳤던 이사회의 약속이 결국 ‘공염불’에 그친 것.
이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회장-은행장 분리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했던 대구은행 내부와 노조, 이사회의 강력 반발이 예상돼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역민의 사랑으로 고속성장을 해온 지역 대표 기업인 만큼 지역민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 노조는 지난주 성명을 내고 "약속대로 내부 출신 후보자를 선출하지 않을 경우 전 직원과 함께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구은행 내부에서는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하소연이다. 지난해 DGB금융 이사회가 은행장 자격 요건을 '금융권 등기임원 5년 이내'로 바꾼데 대해 현직 임원 중 김 회장이 유일하게 이 요건을 충족해 김 회장이 은행장까지 겸직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가 결정한 회장-은행장 분리 원칙을 깨고 다시 제왕적 독재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은 분명 잘 못된 판단"이라며 "전임 박인규 회장 겸 은행장 시절 불거진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사건에서 회장과 은행장 분리는 지주, 은행 내부는 지역민도 공감한 부분"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은행 이사회는 박명흠 전 대구은행 부행장을 포함해 2명의 인사를 은행장 후보로 추천했고, 임추위는 이들을 포함해 퇴임 임원 등 20여명의 후보군을 검증해왔다.
대구=최재용 기자 gd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