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 vs ‘떨림과 울림’

[책 vs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 vs ‘떨림과 울림’

기사승인 2019-01-15 06:00:00


언어는 단순한 의사 전달 수단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한 것을 언어로 표현하고, 다시 언어를 통해 생각한다. 언어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이 바뀐다. 외국어를 배우면 그 의미를 체감할 수 있다. 기존에 알던 사물에 전혀 다른 언어가 부여되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도 조금 달라진다.

직업에 따라서도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반복하거나, 특정 직업으로 일할 때만 보이는 세상이 있다. 택시기사와 인문학자, 피아니스트, 증권 종사자는 분명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만 모두 다른 걸 본다. 그들의 세계를 설명해내는 언어를 들어보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가 펼쳐진다.

다음 두 권의 책은 공중보건의 출신 사회역학자와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각각의 세계를 담아냈다. 각자 분야에서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맡아온 두 저자는 차분하고 분명한 언어로 자신들에게 보이는 세계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 ‘우리 몸이 세계라면’

저자는 제목처럼 우리 몸을 하나의 세계로 본다. 그리고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상식엔 그 이면이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생산되는 지식과 생산되지 않는 지식의 차이는 무엇인지, 누가 어떤 이유로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생산해내는 건지를 말한다.

저자인 김승섭 교수의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지난 10년간 언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 글을 모은 책이라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지난 20년간 의학과 보건학을 공부하며 받아들인 몸과 질병에 대한 지식들을 자신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책이다. 단순한 주장이 아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1120편의 논문과 300여편의 문헌을 검토했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는 1348년 프랑스 파리 의과대학 교수가 쓴 흑사병의 원인에 대한 보고서부터, 루드빅 히르쉬펠트의 제국주의식 혈액형 인류학 등 역사 속 이야기부터 담배회사의 후원을 받아 연구하는 최근 사례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생산되지 않는 지식, 측정되지 않는 고통에 집중하는 저자의 시각에 주목할 만한 책이다.


△ ‘떨림과 울림’

저자인 김상욱 교수는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 과학”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물질적 증거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가 과학자에겐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방식이기 때문이다.

‘떨림과 울림’은 빛, 시공간, 원자, 전자부터 최소작용의 원리, 카오스 엔트로피, 양자역학 단진동까지 물리에서 다루는 개념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물리’라는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작은 개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문제, 타자와의 관계, 세계에 대한 생각 등으로 확장된다. 물리의 세계로 초대하는 저자만의 방식이다.

저자는 일상의 친숙한 이야기부터 평소 생각해본 적 없는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꺼내놓는다. 원자를 소개하면서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시공간을 이야기하며 시간의 시작점 이전 시간은 대체 무엇일지 묻는다. 단단하고, 또 매력적인 과학자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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