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기관으로서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해야할 금융감독원이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금감원이 즉시연금 지급 관련해 보험금을 추가 지급하라는 경영 유의 조치를 내렸음에도 소송 진행을 강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한국투자증권 문제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고는 있지만, 소송을 취하할 생각이 없고 끝까지 가겠다는 삼성생명에 윤 원장의 리더십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귄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삼성바이오 사태, 즉시연금, 암보험, 한국투자증권의 발생어음 불법대출 제재 같은 금감원의 권고안들이 번번히 약발이 먹히지 않아서다.
지난해 금감원은 즉시연금과 관련해 상품 약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보험금을 덜 지급했다고 지적하며 미지급한 보험금을 모든 가입자들에게 일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일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권고에 반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소송을 취하할 생각이 없고 끝까지 가겠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역시, 금감원이 특별감리 조치 사전통지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증선위가 판단한 분식 규모는 4조5000억원이다.
증선위는 이를 근거로 삼성바이오에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와 별도로 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바이오도 이에 불복하고 증선위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행정 소송을 제기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시정 요구나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한국투자증권도 금감원의 권위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금감원의 발행어음 불법대출 제재심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 금감원이 지적하는 부분은 한국투자증권이 키스아이비 제16차 SPC(특수목적법인)의 업무수탁자이자 자산관리자이기 때문에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는 사실상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회장 간의 개인거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대출은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한투증권은 발행어음 자금을 최태원 회장이 아닌 법인(SPC)에 투자한 것이라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업무 처리에 문제가 많은 듯 하다”며 “약관에 문제가 있다면 약관 개정 등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주먹구구식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업계의 반발에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연이은 금감원 수장들의 낙마와 금융감독 정책의 외부 견제가 극심해지고 일부 금감원 임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 요구 등 끊임없는 잡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윤석헌 금감원장은 꾸준히 업계와 정부간의 소통을 강조했다”며 “말만 소통을 강조하지말고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