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전 특별감찰관 파견) 수사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허위 출장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유용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수사관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7년 7월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 창설 직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이인걸 특감반장과 함께 반원 활동비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며 “반원들은 매일 외근을 하기 때문에 활동비를 매월 100만원 상당씩 개인 계좌로 송금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감반원 중 내근 전담직원은 외근을 하지 않는다”며 “허위 출장서를 지급해 내근자들에게도 출장비를 지급했다. 내근 전담이었던 김모 사무관도 출장비를 개인 계좌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에 따르면 지난 16개월 간 1명이 받은 출장비는 최소 1500만원에서 1600만원에 달한다. 김 수사관은 “박 비서관 등은 이에 대한 법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허위로 수령하게 한 것”이라며 “다른 비서관실에서도 비슷한 불법이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검증이 실패했다는 언급도 있었다. 염한웅 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전력에 대한 보고를 올렸음에도 청와대에서 임명을 취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수사관은 “조 민정수석이 인사검증 과정에서 음주운전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며 “문 대통령에게 보고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는 심각한 직무 유기”라고 질타했다. 또한 앞서 제기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정말 몰랐다면 조 민정수석과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것”이라고 전했다.
친여권 인사에 대한 감찰 보고서를 작성, 표적 감찰의 대상자가 됐다는 주장도 재차 나왔다. 김 수사관은 “하지도 않은 지인 사건을 조회했다는 이유로 표적 감찰을 받았다”며 “제가 동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별건으로 휴대폰을 조사해 범죄자로 낙인을 찍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수사관은 “많은 분이 감시의 눈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청와대의 불법사찰과 휴대폰 별건감찰,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범법행위를 끝까지 밝혀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추가 폭로는 시기를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 수사관 측 변호인은 김 수사관이 ‘공익신고자’로서 보호받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김 수사관은 공익신고자 신분을 갖고 있음에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최근 대검찰청에서는 징계절차 중지가처분 신청이 신청 접수 1시간30분만에 기각됐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됐었으나 비위 의혹 등으로 인해 원직인 검찰로 복귀 조치됐다. 원직으로 복귀한 김 수사관은 여당 인사의 비위 의혹을 보고했으나 묵살됐고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 등 윗선으로부터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동부지검은 관련 의혹에 대해 김 수사관을 네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