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에 대한 견제장치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조하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신한금융지주로 쏠리고 있다.
내년 3월 지주 회장을 추천할 사외이사 선임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고 나올 수 있어서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던 이력이 있다.
◇금융권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1순위는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의 지분 9.38%(4449만7838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융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23일 내놓은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신한금융을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금융사로 신한금융이 꼽히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이 금융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현직 회장으로 기소됐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30명의 점수를 조작해 채용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남녀 합격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간 남산 3억원 사건도 중요한 변수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2월 신한금융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남산 주차장에서 성명 불상자에게 3억원을 전달한 사건이다. 신한금융에는 당시 핵심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남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의 재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가 이들을 겨냥할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 사법농단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박 사외이사는 사법농단으로 인한 법원 구속은 일단 피했지만 검찰의 내달 일괄기소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관건은 사외이사, 차기 회장 선출 직결
국민연금이 신한금융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사외이사의 자격 문제를 걸고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박병대,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3월 10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6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종료된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선임될 사외이사들은 내년 3월 조용병 회장의 임기 종료와 함께 차기 회장 선출에 참여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올해 3월 주총에서 신한금융 측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후보에 반대 의견을 내놓을 경우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선출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주주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통해 노조나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국민연금이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은 2017년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초점은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 등에 맞춰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지분의 20% 가량을 보유한 재일동포 주주들의 영향으로 사외이사의 40% 가량을 재일동포 사외이사로 채워왔다. 하지만 재일동포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17년 신한금융 재일동포 사외이사의 전문성 문제를 들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신한금융이 올해 3월 주총에서 자격 미달의 재일동포 사외이사 선임을 강행할 경우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 사외이사 선임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그 대상은 사외이사의 자격이나 주주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