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주식과 사채 등 증권 실물이 사라진다. 정부는 전자증권제도 시행을 위해 전자등록법을 지난 28일 입법예고했다. 전자증권제도는 증권의 발행과 유통 등이 실물이 아닌 전자 등록을 통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실물이 사라지고 전자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증권과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하는 가상화폐는 무엇이 다른가.
우선 증권은 주식이나 채권 등 재산적인 가치가 있는 문서를 의미한다. 그동안 이 문서를 정해진 규격에 따라 실물로 발행했다. 하지만 전자증권제도에서 증권은 ‘전자정보’로만 존재하게 된다.
언뜻 보면 전자정보로 존재하게 되는 증권과 디지털 상에 존재하는 코드인 가상화폐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전자증권은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되지 않는다. 반면 가상화폐는 상호간 약속이 있으면 코인과 실물자산의 교환이 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도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지만 교환의 매개체로서 성격이 없다. 가상화폐의 경우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교환의 매개체로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 교환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자증권 제도는 기존 증권법 체계 내에서 보관상의 편의 등을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가상화폐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전자증권제도는 권리관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장 주식 등은 전자등록을 의무화하고, 비상장 주식‧사채 등은 발행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모든 증권거래가 전자적으로 처리‧관리 돼 조세회피 등을 목적으로 한 음성거래 원천적 차단이 가능해진다.
특히 증권을 보유한 모든 투자자에 관한 정보가 전산시스템에 등록 돼 감독당국, 과세당국 등의 증권보유자 파악이 용이해 진다. 이와 함께 주주명부 작성이 월 혹은 분기 단위로 가능해져 감독 및 과세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가상화폐 업계 전문가도 전자증권과 가상화폐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굳이 따지자면 전자증권을 블록체인 시스템 기반의 디지털 자산으로 올린다면, 주식을 토큰화했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큰화는 디지털 또는 현물 자산과 법정 화폐를 네트워크 상에서 거래가 가능한 토큰으로 치환하는 것을 말한다.
동국대학교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전자증권은 증권을 사이버화 한 것일 뿐이다. 전자증권은 (가상화폐처럼)지불 수단이 아니다. 가상화폐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전산화한 것이 가상화폐와 같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가상화폐는 가치있는 자산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상품권, 지불수단, 주식, 부동산, 집 등 가치 있는 모든 자산은 토큰화가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전자증권은 가상화폐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