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맞수’인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의 M&A 경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두 금융지주가 롯데 카드·손해보험 예비입찰에 동시 불참하면서 또 다른 매물인 롯데캐피탈 인수전에 참가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전날 실시된 롯데 카드·손보 예비입찰에 불참했다. 롯데그룹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주관사로 롯데캐피탈·카드·손해보험 등 금융 3사의 개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롯데카드 입찰에는 한화그룹과 하나금융지주, MBK파트너스 등 9~11곳, 롯데손보에는 MBK파트너스, 오릭스 등 4~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신한금융이 카드·손보 인수를 포기했지만 반대로 롯데캐피탈 인수전은 더욱 열기를 띄고 있다. ‘리딩금융그룹’ 타이틀 수성에 나선 KB금융과 탈환에 나선 신한금융의 선택지가 롯데캐피탈로 좁혀져서다. 금융권에서는 두 금융지주가 카드·손보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롯데캐피탈 인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B·신한금융의 리딩금융그룹 프리미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현재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와 올해 두 금융지주의 실적 추정치를 보면 실적차이가 100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M&A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여기에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쟁자와 초격차를 내는 압도적인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평소 경영방침이나 내년 연임을 앞두고 리딩금융그룹 탈환과 같은 성과창출이 필요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상황은 두 금융지주의 롯데캐피탈 인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롯데캐피탈은 연 순익 1175억원(2017년) 규모의 알짜회사이다. 캐피탈업의 업계의 실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캐피탈사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면제 대상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인수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롯데캐피탈의 사업 영역이 자동차 금융과 기업·개인 신용대출이 고르게 분포해 인수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롯데캐피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자칫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 다수의 인수자 희망자가 참여할 경우 인수 가격이 기대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어서다. 앞서 진행된 카드·손보 예비입찰에 MBK 등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이 참여한 점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의 가격이 높아질 경우 인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는 이사회 등을 설득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캐피탈의 큰 장점은 낮은 인수가격대비 높은 수익 창출 능력에 있다”며 “가격이 높아질 경우 인수를 포기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