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공정관련 연구직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31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SDI 수원사업장 클린룸에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포토·식각용 화학물질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황 모씨(32세)가 지난 29일 사망했다.
반올림은 “황씨가 화학물질(식각소재) 연구개발 과정에서 백혈병을 일으키는 벤젠,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해 많은 발암물질에 노출됐다”면서 “연구환경은 너무도 열악했으며 발암물질을 다루면서도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었고 수동방식으로 일하면서 붉은 약액이 튀기고, 환기도 안돼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고 보호구도, 안전교육도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황씨는 2017년 12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2018년 3월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에 직접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한 바 있다.
반올림은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학조사(전문조사)를 할지 여부조차 알려오지 않았다”면서 “결국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처리경과에 대한 공문한장 받지 못한채 황씨는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복되는 반도체 백혈병 사망 재해에 대해 이미 무수한 산재인정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소견 등 이유로 안일한 늑장행정을 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당장 잘못된 행정처리 관행을 개선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자 중 반올림에 제보해 온 백혈병 피해 제보는 104명이다. 이 중 60명이 사망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