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①] 'SKY 캐슬' 어떻게 보셨나요?

[종영①] 'SKY 캐슬' 어떻게 보셨나요?

기사승인 2019-02-02 07:00:00


JTBC ‘SKY 캐슬’이 20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항상 화제의 중심이었다. 1.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20%를 돌파하며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대본 유출 사고를 겪거나 아시안컵 중계로 결방되는 등 다사다난했다. ‘SKY 캐슬’을 둘러싼 높은 관심과 호평, 사건·사고는 모두 그만큼 드라마가 재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에게 ‘SKY 캐슬’은 어떤 드라마였는지 되돌아봤다.


Q. ‘SKY 캐슬’을 봐야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

이은지 기자 : 모바일 메신저에서 친구들이 모조리 혜나와 예서 편으로 갈려서 싸우는 꼴을 구경한 지 나흘쯤 됐을 때, 한 친구가 나에게 호소했다. “솔직히 예서가 너무 싫은데 얄밉다고 저 방에서 말을 못하겠다. 너라도 ‘SKY 캐슬’을 보고 내 편 들어주라” 예서의 편을 들겠다는 마음보다는 대체 무슨 드라마길래 친구들이 떼거리로 진상인가 궁금해서 봤다. 그리고 나도 진상이 됐다. 우리 예서 서울의대 보내주세요.

이은호 기자 :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가제로 이 작품의 캐스팅이 발표될 즈음부터다. 중년 여성 배우들이 중심이 돼 여성들의 욕망을 그린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동시에 기득권이 가진 신분 세습 욕망을 구조적 문제가 아닌 ‘사모님’ 개인의 허영심으로 치환할까 우려되기도 했다.

이준범 기자 : 방송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SKY 캐슬’이 재밌다고 말한 지인들의 숫자가 다섯 명을 넘어가면서 ‘봐야 하는 드라마’가 됐다. 그 후 챙겨보는 걸 조금 쉬었으나 문제의 14회가 방송된 직후, 빨리 보라는 압박에 쫓겨 홀린 듯 몰아 봤다.

인세현 기자 : 지난달 6일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다. 전날 방영된 ‘SKY 캐슬’의 시청률이 15.8%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 미루면 앞으로 일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모두 ‘캐슬’ 이야기만 하는지 궁금해하며 1편을 재생했다. 일주일 만에 14회를 몰아보고 15회 본방 시청에 성공했다.


Q. ‘SKY 캐슬’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둔 결정적 이유

이은지 기자 : 전 세대가 겪고 있는 학력에 대한 열등감과 공명심.

이은호 기자 : 일명 ‘캐슬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에 있다고 본다. 사교육으로 표상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사생활이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여기에 혜나(김보라)의 죽음, 김주영의 과거 등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의 흥미를 붙들고 이야기를 끌어갈 동력을 얻었다.

이준범 기자 : 대본과 연출, 배우들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과감하고 목적의식 분명한 대본이 있었기에 가능한 드라마다. 그 대본을 20회 동안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 배우들,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한 연출자의 공도 크다. 그중 하나라도 미흡했으면 지금 같은 완성도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인세현 기자 : 여러 인물의 이중적인 면을 조명했기 때문이 아닐까. ‘SKY 캐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이 현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흥미롭게 진행됐다. 


Q. ‘SKY 캐슬’ 최고의 수혜자는 누구

이은지 기자 : 염정아 아니겠나. 최고의 연기력을 방증해냈다. 숱한 남자 배우들이 믿고 보는 배우로 손꼽히지만, 염정아야말로 사실 믿고 보는 배우 아니던가.

이은호 기자 : 실제 입시 코디네이터와 이들을 포함한 사교육 관계자들. 아는 사람만 알았다는 입시 코디네이터의 존재가 ‘SKY 캐슬’을 통해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보도가 줄짓는다. “우리 예서는 영재와 달라.” 비극의 시작이었던 한서진의 ‘정신승리’가 다시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준범 기자 : JTBC. tvN ‘도깨비’가 그랬듯, ‘SKY 캐슬’ 역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JTBC 드라마에 대한 선호도를 크게 높였다. ‘SKY 캐슬’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JTBC를 바라보는 시청자들과 제작진, 배우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앞으로 또 좋은 작품이 나올 여건이 마련된 것보다 더 큰 수혜가 있을까.

인세현 기자 : 배우 김보라와 김혜윤. 한만큼 얻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꾸준히 활동해온 두 배우의 진가가 ‘캐슬’에서 톡톡히 발휘됐다.


Q. 나만의 ‘SKY 캐슬’ 명장면

이은지 기자 : 윤세아의 반성문 낭독 장면.

이은호 기자 : 15회에 등장한 ‘개싸움’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등장인물들의 욕망과 품위 안에 숨겨놓은 천박함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며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압권은 차민혁(김병철)의 일갈. “우리 세리는 클럽 MD야. 기획, 마케팅, 고객 유치까지 다 하는 프로페셔널!”

이준범 기자 : 혜나의 죽음을 그린 14회 엔딩. 많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을 뿐 아니라 꼭 본방송을 챙겨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장면. 그 같은 극단적인 전개가 꼭 필요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상 못 한 변곡점이 전해준 충격과 공포는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

인세현 기자 : 한서진(염정아)이 김주영(김서형)을 찾아가 무릎 꿇는 장면.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든 할 수 있는 한서진의 성격이 제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기존 드라마 공식과 다른 파격적인 전개도 흥미로웠고, 염정아와 김서형 두 배우의 연기도 빛났다.


Q. ‘SKY 캐슬’ 총평

이은지 기자 : 자극적이다 못해 다른 드라마 못 보겠다. 방아쇠에 걸어놓은 손가락들이 하도 많아서 어느 총구가 터질지 초를 재는 마음으로 봤다.

이은호 기자 : ‘SKY 캐슬’을 해피엔딩으로 볼 수 있을까. 한서진(염정아)의 자백은 자신과 김주영(김서형)의 부정만을 가리킬 뿐, 그 시작이 된 기형적 사회 구조는 보지 못한다. 강준상(정준호)의 각성은 어머니(정애리)에 대한 원망을 불러오지만, 자신이 쌓아 올린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지진 못한다. 드라마 바깥의 세계는 어떤가. 입시 코디네이터와 ‘예서 책상’이 인기다. 캐슬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먹으며 공고해질 뿐이다. 우린 그 결말을 이미 봤다. 결국 파국이다.

이준범 기자 : 여러모로 역대급이다. tvN ‘비밀의 숲’이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SKY 캐슬’은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제 ‘영화 같다’는 표현도 나오지 않는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촬영과 편집, 음악, 미술 배우들의 연기력 등 어느 면을 봐도 뛰어나다. 작품 내적으로 부족한 점을 찾기 힘들어 더 빠르게 몰입됐다. 작품 외적인 화제성과 시청률도 엄청났다.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이 TV 앞을 떠난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들였다는 건 대단한 사건이다. 또 부유층의 사생활을 엿보는 장르를 넘어 현실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도 칭찬받아야 한다.

인세현 기자 : 사회의 거울 같은 드라마였다.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다양한 인물 속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봤다. 교육열을 다룬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렇게나 적나라하게 펼쳐 보인 작품은 처음이지 않을까. 막장 소리가 나올 만큼 자극적인 내용이었지만, 이를 담아내는 완성도만큼은 우아했다.


글=이은지, 이은호, 이준범, 인세현 기자

정리=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사진=JTBC ‘SKY 캐슬’ 홈페이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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