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의 쟁점이었던 ‘상화원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인 김지은 씨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상화원 사건은 2017년 8월 18일과 19일 안 전 지사 부부가 충남 보령 휴양시설 상화원에서 주한 중국대사 부부를 접대하는 일정 중에 발생했다. 당시 안 전 지사 부부와 김 씨는 같은 건물의 숙소를 썼다.
1심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민 여사는 김씨가 18일에서 19일로 넘어가는 새벽 “오전 4시께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곧 김씨가 방으로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수 분간 내려다봤다”고 증언했다.
또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면서 “잠시 후 남편이 ‘지은아 왜 그래’라고 하자 김씨는 ‘아, 어’ 딱 두 마디만 하고 쿵쾅거리며 후다닥 도망갔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 전 지사 측은 “김씨가 안 전 지사 부부 침실에 몰래 들어갔다가 발각돼 도주한 것을 보면 성폭력 피해를 본 피해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씨는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고, 안 전 지사가 다른 여성을 만나 불상사가 생길까 봐 문 앞에서 쪼그리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김씨 주장이 세부적인 내용에서 모순되거나 불명확한 점이 다수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상대적으로 민 여사의 증언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김씨의 진술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배척했다.
당시 안 전 지사 부부가 묵고 있던 2층 방문은 상단 부분이 반투명한 만큼 방문 밖에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게 2심 판단이다.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김씨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한 2심 재판부는 민 여사 증언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김씨의 피해 폭로 직후 민 여사가 캠프 봉사자였던 구모씨에게 피해자의 과거 연애사나 평소 행실에 대해 정리해 달라고 요청한 점 등을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에 비춰 민 여사가 안 전 지사의 부인으로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김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민주원의 법정 진술 등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 침실에 몰래 들어가 부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설령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본 피해자로 볼 수 없다거나, 그런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