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에 들어간 스포츠브랜드 제조업체 ‘화승’에 산업은행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사태 이후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퇴직자의 재취업을 막고 있으나 화승은 민간 사모펀드(PE)를 통해 투자한 회사라는 이유로 퇴직자들의 재취업이 가능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퇴직자들은 2015년 산업은행과 KTB PE가 함께 설립한 KDB KTB HS 사모투자합자회사가 화승 지분 100%를 인수한 이후 감사와 두 곳의 이사자리를 차지해 왔다.
산업은행은 앞서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관리 논란이 확대되자 2016년 10월 워크아웃, 자율협약 등 구조조정기업에 산은 퇴직 임직원의 상근·비상근직 재취업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PE를 통해 출자한 회사에 대해서는 재취업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산업은행의 이러한 결정은 향후 많은 지적을 불러왔다. 화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3개월 전에도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산업은행이 출자해 구조조정 중인 회사에 7명, PF투자회사에 29명, 금융자회사 등 관련기업에 13명, 일반거래처에 10명 등 총 59명이 재취업해 있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당시 “산업은행의 간부가 대출받은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누가 순수하게 볼 것인가”라며 “자행 출신을 재취업시킬 때 의혹 없도록 각별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당시 화승이 직접적으로 거론되기 까지 했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퇴직자의 재취업을 막은 이후 화승의 경우 항목만 바꿔 거래기업 요청에 대응해 일반거래처에 재취업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산업은행 고위 퇴직자의 재취업 관행은 산은 출신 인사들의 전문성과 투·출자 회사에 대한 감시 및 경영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서도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비롯한 여러 사례에서 제 역할을 못한 채 퇴직자의 일자리 보장에 그친다는 비판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화승이 정상경영을 유지했다면 조용히 묻혔을 퇴직자 재취업 문제는 화승의 법정관리와 함께 또 다시 산업은행의 퇴직자 재취업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산업은행은 PE를 통한 출자 회사는 일반적인 구조조정 기업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E의 경우 시장원리에 따라 부실기업을 인수해 가치증대 후 매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만큼 PE에서 관리 인력을 추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화승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인 구조조정과는 다르다. 민간자금과 함께 PF를 구성해 투자한 만큼 산업은행의 일반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PE논리를 따라간다”며 “PE가 기업 인수후 매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행사를 위해 관리인력을 추천하는 것은 시장의 관례이며, 이는 해당 계약에도 포함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회생을 추구하는 산업은행 입장에서 화승의 법정관리에 송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승에는 산업은행은 물론 함께 GP(무한책임사원)로 참여한 KTB PE도 이사와 감사 자리를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과 KTB PE는 KDB KTB HS 사모투자합자회사의 GP로서 이사와 감사 추천을 통해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온 것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