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손품’ 파는 시대다. 부동산에도 IT기술이 접목되면서 더 이상 발품을 팔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매물을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까지 도입되면서 해당 매물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고 하니 세상 참 좋아졌다.
하지만 언제나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문제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최근 부동산 서비스의 빠른 확산은 허위·미끼매물 범람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이트에 등재된 서울지역 매물 200건 중 91건(45.5%)이 허위매물 또는 과장매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91건 중 47건(23.5%)은 허위매물로 온라인광고 확인 후 전화예약과 함께 방문했는데도 ‘방문 직전 거래 완료’ 및 ‘다른 매물 권유’ 등을 핑계로 하는 식으로 해당 매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나머지 44건(22.0%)은 가격, 층수, 옵션, 주차, 사진 등 광고와 실제가 다르거나 과장된 매물이었다.
부동산중개업소와 중개앱업체는 이같은 허위·과장광고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개업소 측은 일부 단지의 입주민 모임이나 단체채팅방 등에서 ‘집값 호가 담합’이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집값을 낮게 부르는 중개업소와는 거래를 하지 말자는 식으로 입을 맞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낸다는 항변이다.
다방, 직방 등과 같은 중개앱 업체도 인력부족 등을 탓하며 답답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중개업소와 상생하는 파트너 구조이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수의 직원이 전국을 대상으로 매물 검수를 진행하다보니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방에 위치한 매물은 지리적 여건 상 전화상으로만 검수하고 있다.
허위매물로 인한 피해사례와, 법 개정 및 처벌 강화의 목소리는 매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허위매물 근절이 어려운 원인이 과연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말하는 집값 호가 담합과 인력부족 등에만 있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부동산 허위매물 근절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 토론은 일부 중개사들의 방해로 인해 진행에 다소 차질이 생겼다. 대체 왜 이들은 허위매물 근절 입법 공청회를 반대했을까.
의문은 의심으로 바뀌어 간다.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말하는 ‘집값 호가 담합’이나 ‘인력부족’ ‘상생 구조’ 등의 원인은 제 밥그릇을 챙기고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단순 핑계거리지 않을까. 허위매물을 통해 고객을 많이 유인한 만큼, 이득을 보는 쪽이 어디일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허위매물을 통해 국민들을 호도하는 진짜 원인이 아닐까.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