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관리의사'를 임명했다.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에게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이 제도는 어떻게 운영될까?
산재관리의사는 독일의 산재 전문의 제도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벤치마킹한 제도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15년 기준 4100여 명의 산재 전문의가 연간 300만 명의 산재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산재관리의사 제도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노동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상담을 통해 업무상 재해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산재보험 제도·서비스 등을 안내, 향후 치료계획·의료상담 등이 이뤄진다. 이어 외과적 치료를 거쳐 재활 과정을 통해 떨어진 신체기능을 향상시키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원직장으로의 복귀나 새로운 직업을 갖도록 지원이 이뤄진다. 즉, 산재의 처음부터 복귀까지 관리하는 제도.
기자는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의 김용규 작업환경의학과 센터장(사진)으로부터 산재관리의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 센터장은 말했다. “우리나라는 산재를 진입하는 단계부터 문제가 많아요. 산재 은폐 등 신청단계에서의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산재관리의사입니다.”
“초기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상담·관리를 맡습니다. 수술 및 치료는 외과에서 진행하고 이후 신체기능 회복은 재활의학과가 담당하게 되고요. 사업장으로의 복귀는 직업환경의학과가 관여합니다. 이렇듯 단계별로 종합적 관리를 통해 산업재해자가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산재관리의사 제도입니다.”
김 센터장은 산업재해에 대한 조기 개입으로 빠른 회복과 질병 치료를 해야함에도 장기화·만성화로 고통을 받는 환자가 많은 우리나라의 실정을 안타까워했다. “산재에 대해 그릇된 인식으로 신청률이 낮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은 산재가 발생해도 산재 보험료율이 올라가거나 감독이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사업장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김 센터장은 거듭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가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 사실을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은 산재가 발생하면 바로 보고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동일한 의무가 있어도 은폐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산업재해 환자들은 통증이 없으니까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통증이 없는 것과 원래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체 능력이 재해 이전처럼 회복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 역시 산재관리의사의 역할이라는 것.
기존 산재관리 제도와 산재관리의사 제도와는 어떻게 다를까? 그는 “과거에는 각 과별로 각자의 역할만을 했다”고 설명했다.
“외과 의사는 산재 환자의 수술적인 치료에만 집중해 정신적인 치료와 재활을 등한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지금의 산재관리의사 제도는 각 단계가 연계돼있죠. 원활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사들이 합심해 산재 피해자가 빨리 사회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산재 피해 노동자를 위한 원스톱 의료서비스. 왜 이 제도가 진작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