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에 의한 국민 살상행위를 정당화한 ‘5‧18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4일 결국 당 차원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관련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은 국회차원에서 의원직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 삼아 관련 규정 개선뿐만 아이라 선거제 개혁을 포함한 근본적인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3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은 이날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등 세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범죄적 망언을 한 한국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해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제명)를 취하도록 하겠다”면서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이들 의원에 대한 국민적 퇴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한국당 일부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제명 및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호남에 지지기반을 둔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5·18 정신을 짓밟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며 당내 '한국당 5·18 망언 대책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국회 윤리위 제소와 함께 법적 조치에도 나섰다.
학계 및 시민단체는 근본적인 재발방지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국회의원에게 당원으로서 지위를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국회의원 자리를 위협받지 않는 것”이라며 “복당 등 추후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제명했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원 면책특권 등 혜택들도 많지만, 국회 내부 징계절차 자체도 많이 허술하다. 해선 안 될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발의하긴 하지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국회의원들이 서로 심사하고 심사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은 조상규 변호사는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스스로 법을 만지다 보니 자기정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국회 내 윤리규정은 (법적 구속력 없는) 강령정도 뿐”이라면서 “이게 국회 윤리심사를 통해 보완될 수 있는 건데 지금은 국민들에게 불신만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성공회대 정하윤 연구교수는 “(국회의원 ‘막말’ 방지를 위해) 중요한 게 국회를 구성하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의 도입으로 소수 정당의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생기다보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가 설치된 1991년 이후 발의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224건이지만 본회의에 회부된 건은 단 한 건 뿐이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