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적의료비’ 지원, 중증질환자에 편향

‘재난적의료비’ 지원, 중증질환자에 편향

저소득층의 재난적의료비 발생 부작용 나타나

기사승인 2019-02-19 00:12:00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재난적 의료비제도’가 질환 중심으로 실행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질환자는 아니지만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증가한 것이다. 의료급여제도나 차상위본인부담경감 사업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 효과도 미미했다. 지난해 정부가 일명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를 막기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 범위를 모든 질환으로 확대했지만, 의료비 지불 능력이 낮은 계층의 의료비 부담 해소를 위한 제도 보완도 필요한 상황이다.

18일 김수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보건복지포럼에 공개한 연구보고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추이와 함의’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건강보험 정책의 주요 대상이었던 중증질환자에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소폭 감소하거나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적 의료비는 1회 입원, 1년간 외래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비가 소득‧재산 수준에 따라 고시로 규정한 금액을 초과했을 경우 인정된다. 지불 능력 대비 의료비 지출 수준이 40% 초과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중증질환을 경험한 가구에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연도별 발생률은 2010년 10.2%에서 2015년 9.7%로 약간 감소했다. 

중증질환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입원을 경험한 가구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2010년 6.4%에서 2015년 9.4%로 상승했다. 이러한 증가 경향은 만성질환을 경험한 가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010년 0.9%에서 2015년 1.5%로 증가한 것.

특히 입원을 경험한 가구는 2015년 재난적 의료비 발생 정도가 중증질환을 경험한 가구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구주가 건강문제를 경험했을 경우에도 재난적 의료비 발생 률이 높았다.

동일한 의료비를 지출하더라도 지불 능력이 낮을 때 재난적 의료비 발생 위험이 높았다. 재난적 의료비 기준선을 40%로 정의했을 때 중위소득 150% 이상인 가구에서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2010년 0.9%에서 2015년 0.5%로 감소했다. 반면 중위 소득 50% 이하인 가구에서는 의료급여제도나 차상위본인부담경감 사업, 소득 수준에 따른 본인부담상한제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10.0%에서 12.8%로 증가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재난적 의료비가 다르게 발생한 이유는 가구주가 만성질환이 있거나 혹은 낮은 지불 능력 그 자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급여제도 등의 제도들은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소득 수준 간 격차를 감소시키지만, 현재 의료 급여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약 3%에 불과하다. 차상위 본인부담경감제도는 18세 미만이거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이는 제도 대상에서 제외된 저소득층이 높은 의료비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김수진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중증질환이 아니더라도 입원을 경험한 가구에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앞으로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이 특정 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식보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큰 서비스를 중심으로 강화해 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지불 능력이 낮은 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재난적 의료비 발생 격차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질병을 경험하는 가구의 소득 상실에 대해서도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가구주의 건강 악화는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 범위를 암과 심장병, 뇌질환, 희귀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했다.
소득 범위는 중위소득 80% 이하에서 중위소득 100% 이하로 확대했고, 지원기준‧지원 상한액을 다소 초과하더라도 개별 심사를 통해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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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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