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노동요를 불렀다. 밭 갈기, 고기 잡기, 옷감 잣기 등 각종 노동의 리듬을 노동요의 리듬에 맞췄다. 노래 덕분에 일은 견딜 만해졌다. 서로에 대해 노래를 부르거나 마을 괴짜들에 대해 농담을 하기도 했고 심심풀이 삼아 중매를 설 기회도 주어졌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노동요는 사라졌다. 기계음이 너무 시끄러워서 노래하거나 수다를 떨기는 불가능해졌다. 리듬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노동자는 자신을 기계에 맞추어야만 했다. 귀를 찌르듯 시끄럽게 돌아가는 기계 앞에 말없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모든 역사 속에는 소리가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교통수단도 그것이 시작된 역사가 있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옆에 있는 게 당연해서 몰랐던 시각으로 보는 역사는 어떨까. 소리와 교통으로 바라본 역사와 인문학을 소개한 다음 두 권의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소리의 탄생’
그동안 소리는 문자에 비해 믿을 만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형태가 없고 쉽게 빠져나간다는 특성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을 뿐, 소리는 늘 우리 주변에 머물러 왔다.
선사시대 인류는 동굴 속에서 가장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리가 나는 곳에 그림을 새겼다. 또 발을 구르거나 북을 치고 휘파람을 부는 등 자기 부족만의 소리와 리듬으로 뭉쳐서 사냥을 하고 다른 부족과 전투를 벌였다. ‘소리의 탄생’의 저자 데이비드 헨디 교수는 이러한 수만 년 전의 리듬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우리가 만드는 소리에 보편적이고도 깊게 뿌리내린 특징이라고 말한다.
‘소리의 탄생’의 저자는 역사는 문자를 통해서만 기록된 것이 아니며, 우리가 과거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과거 인류의 삶과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리로 이렇게 많고 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정도다.
△ ‘얄팍한 교통인문학’
현대 사회에서 교통수단은 친숙한 소재다. 출퇴근하거나 여행을 갈때 무언가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너무 익숙해서 처음부터 존재하던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가끔 해외에서 새로운 교통수단을 만나는 경험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얄팍한 교통인문학’은 교통의 역사부터 다양한 문화를 두루 다루고 있다. 딱딱하지 않은 글이 이 책의 최대 강점이다. 교통과 인문학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저자의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읽기 좋게 정돈된 레이아웃과 짧은 호흡으로 나눠진 글들이 독자를 끌어당긴다.
교통수단이 시작된 역사로 시작된 이야기는 발견과 발명의 역사를 거쳐 현재 대중문화 속 교통수단 이야기로 나아간다. 책을 모두 읽으면 교통수단이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보이진 않는다. 우리에게 길이 되어준 교통수단처럼 이 ‘얄팍한’ 책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