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흡연, 이제 끝내러 왔습니다.”
흡연 경력 30년차 정평훈(52세)씨의 말이다. 지난 14일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한림대성심병원) 금연캠프에서 만난 정씨는 ‘인생 마지막 금연’을 결심하고 금연캠프를 찾았다고 했다. 스무살 무렵 흡연을 시작한 이후 수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정씨의 마지막 도전이다. 그는 “이제 녹내장, 만성 위염, 폐기종 등 질병문제도 생겨서 꼭 끊어야 한다”며 ”담배는 내 인생에서 없다“며 웃어보였다.
혼자 하는 금연의 성공률은 4%에 그치지만, 병원·보건소의 도움을 받으면 30% 이상 성공률이 올라간다. 숱한 금연 실패 경험을 딛고 다시 금연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씨가 참여한 4박 5일 과정의 치료형 금연캠프는 10명 중 7명이 금연에 성공할 정도로 성공률이 높다. 모두 20년 이상의 흡연 경험과 여러 번의 금연 실패 경험이 있는 중증 흡연자였지만 금연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 강했다.
또 다른 도전자 김희성(48)씨는 “담배 못 끊으면 가족들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더 이상 간접흡연으로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순 없다”며 비장하게 말했다.
금연캠프에서는 금단현상이 가장 심한 금연 첫 1주일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제,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이 지원된다. 보다 수월하게 금연을 시작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김씨는 “그동안 혼자서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봤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지 않으니 계속 실패하고, 과정도 힘들었다”며 “이번에는 혼자서 금연 하는 것보다 훨씬 즐겁고 쾌적하게 담배를 끊고 있다. 4일째 금연 중인데 피부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담배가 없으면 길에 떨어진 담배 꽁초를 주워서 필 정도로 골수 흡연자였다. 이렇게까지 담배를 피워냐 하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며 “이제 담배에서 매여사는 사는 일은 그만두고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직장에 있는 골수흡연자 모임에서도 탈퇴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독성이 강한 담배는 의지만 갖고 끊기 어렵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혼자서 끊기보다는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정부도 금연캠프를 비롯해 각종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백유진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장은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금연을 시작하지만 대부분 얼마 안 돼 실패한다”며 “담배를 정신력으로 끊는 분들도 계시지만 성공률이 낮고 힘들다. 보건소 등의 도움을 받고 준비과정을 거치면 보다 수월하게 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30분 정도 시간을 투자해 금연시간표를 만드는 것이 좋다. 백 센터장은 “금연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금단현상이 심한 금연 첫 주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금연 갈망이 올라올 때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능한 한 금연을 빨리 시도하라”고 조언했다. 금연 실패 경험을 젊은 시절부터 축적해두어야 성공시기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백 센터장은 “대개 4~5번째 금연 시도에서 성공한다. 첫 시도에서는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실패하고, 두 번째는 고생하다 실패한다. 그리곤 다시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워 세 번째 시도를 하고, 마지막 4~5번째에 금연에 성공하는 수순”이라며 “당장 끊을 자신이 없더라도 금연을 연습해두면 경험이 축적돼 금연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