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합의는 됐으나 ‘진통’은 여전

‘탄력근로제’ 합의는 됐으나 ‘진통’은 여전

기사승인 2019-02-20 17:44:34

주 52시간 시행과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 등에 따라 기업경영상 어려움 완화를 목적으로 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에 대한 노사합의가 도출됐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는 지난 19일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이하 위원회) 제9차 전체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제도 개선과 관련한 최종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합의안 도출 후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부터 개선방안 마련 요청을 받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발족한 바 있다. 9차례 전체회의 등 각급 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고, 특히 합의 막판 고위급 협의 틀까지 가동해 합의를 위한 배전의 노력을 다한 결과 노사정 주체가 각각의 이해관계를 조금씩 내려놓는 대승적 결단을 통해 결국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이철수 위원장은 “노사가 국민 모두의 염원인 합의를 위해 의미 있는 결단을 내려준 데 대해 매우 감사하다. 이번 합의의 정신을 존중해 국회가 입법과정에 잘 반영해 주기를 바란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사회적 대화가 사회적 갈등과 시대적 과제를 해소하는 우리 사회의 ‘발전공식’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통 끝에 19일 최종 합의문이 작성됐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았다. 이번 논의에 참여해왔던 한국노총과 달리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온 민주노총은 ‘개악’이자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대화라는 모양새로 탄력근로제 도입 합의가 이뤄졌으나 민주노총의 반발로 앞으로도 탄력근로제 도입에 진통이 예상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 어떤 내용 담겼나

이날 합의 내용에는 노사정이 주 최대 52시간제도의 현장 안착을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결정했다. 특히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노동자 과로 방지와 건강권 보호를 위한 조항도 포함됐다.

합의문에 따르면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함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르도록 했다. 또 노사정은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탄력근로제의 경우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하는데 애로가 있는 만큼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최소 2주 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게 통보하도론 하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다. 다만 서면합의 시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 기계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정해진 단위기간 내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에도 사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또한 탄력근로제 오남용 방지를 위해 사용자가 임금저하 방지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단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합의문에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적용에 있어 그 단위기간 전체에 대해 해당 사항을 적용하도록 명시됐다.

이와 함께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과 운영 실태를 정부가 향후 3년간 면밀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상담 및 지원을 제공하도록 했으며, 고용노동부에 전담기구를 설치하도록 했다.

◇문대통령 “대타협 첫걸음…후속입법 신속히" 주문

이번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해 문 대통령도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그 자체가 귀중한 첫걸음”이라며 “ 합의된 내용 자체가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필요한 내용으로, 과정을 봐도 서로 이해관계가 대치될 수 있는 문제를 타협해 합의를 이룬 것이다. 나아가 그런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해결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일 오전 참모들과의 차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후속 입법도 신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어렵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신속하게 후속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게 경사노위에서 기업과 노조가 어렵게 일궈낸 결실을 수확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19일자 논평을 통해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경사노위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로 탄생한 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자 난제를 해결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용기와 결단을 보여준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정부는 노사의 소중한 합의가 잘 지켜지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문제점 최소화에 노력”…민주노총 “개악이자 사회적 대화 아냐”

이번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해 한국노총은 협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으나 최악의 내용으로 개악되는 것을 막기위해 노력했다면서, 법개정 과정에서 그리고 법 시행이후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20일 탄력근로제 합의 관련 입장을 통해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건강권문제와 임금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2월 국회 처리를 예고하고 이 문제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넘긴 이후에는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었다. 반대만 하다가 합의 안 된 내용을 국회에서 최악의 내용으로 개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노총은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조직적 부담을 안고 탄력근로제 논의에 참여하고 합의한 것은 과거 뼈아픈 경험 속에서 이루어졌다”며 “막판 이틀간 밤을 새는 집중 논의를 통해 사용자단체로부터 건강권문제와 임금보전문제에 대해 양보를 이끌어내어 6개월 연장에 합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국노총은 “어렵게 만들어진 탄력근로제 합의내용이 훼손되지 않고 입법과정에 온전히 반영되도록 해줄 것을 정치권에 요구한다”며 “법개정 과정에서 그리고 법 시행이후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강조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자 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경총이 넣은 탄력근로제 개악 민원을 정부와 국회가 덜렁 받아 답을 정해놓고, 대화 상대를 압박해 합의를 강요하는 것을 ‘사회적 대화’라 평가할 수 있는가”라며 “자신을 고무줄로 만들어 무료 초장시간 노동을 시키자는 합의를 이해할 노동자는 없다. 입법 과정에서 탄력근로 오남용과 노동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보완해야 한다면 대체 경총 요구 내용 빼고 노동자가 얻을 내용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이번 개악합의는 정상적인 회의도 아닌 노사정 대표자끼리 시도한 야합”이라면서 “정부는 이번 경사노위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했지만, 정확히는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 경사노위 운영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처야 한다”며 절차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특히 민주총은 “이 같은 친재벌 반노동 행보가 탄력근로제 개악에서 그친다고 보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가 예고했다시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악과 ILO 핵심협약 관련 개악법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경제 핑계 대고, 정치조건 핑계 대며 사용자 편의 봐주고 노동자 권리 짓밟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번 합의에 대한 강경 투쟁도 예고했다. 양대노총제조연대도 20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야합은 작년 11월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방적인 여야정협의체 합의가 경사노위를 들러리 세워 현실화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존중 사회는 노동경시 재벌세상으로 역주행 가속 패달을 밟고 있다는 증거”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대노총제조연대는 “앞으로 전개 될 양대노총제조연대의 투쟁은 당면 경사노위 야합 무효화 투쟁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를 촛불 초심으로 돌려놓는 정의로운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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