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총 시즌에서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교체와 함께 주요 은행 은행장들이 정식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외이사의 선임이다. 노조가 노동이사제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지만 금융당국 수장까지 반대하는 상황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주총 시즌에서 KB금융 노조협의회(노협)가 3번째 노동이사제 도전에 나선다. 앞서 노협은 2017년과 2018년 연속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했으나 선임에 실패한 바 있다. 노협은 이번 주총에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인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며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기업의 중요한 이해당사자임을 인정하고,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노동자가 참여하도록 하는 노사 공동결정제도 중의 하나이다. 노협은 노동이사제를 통해 기업의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이사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주주들과 금융당국의 부정적 인식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걸림돌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이사제에 대해 “금융사는 시장 진입 때 적격성 심사 보고 규제가 있고 계열사 거래 제한, 영업 활동도 감독하기 때문에 경영진의 전횡 방지 장치가 매우 잘 돼 있다. 근로자 권익 보호 면에서도 금융 부문, 특히 은행 근로자들의 임금·복지 등 근로 여건이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며 필요성을 부인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KB금융 노협의 도전이 실현 가능성이 작지만 노동자가 금융사의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동으로 보고 있다.
노동이사를 제외한 일반 사외이사 교체도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이다. 내달 신한·KB·하나·NH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0명 중 절반 이상인 1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먼저 신한금융의 경우 다음 달 총 10명의 사외이사 중 박철 이사회의장, 이만우, 히라카와 유키, 필립에이브릴, 이성량, 박안순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또한 KB국민은행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긴 주재성 사외이사를 대신할 사람도 뽑아야 한다. 여기에 사법농단에 연루된 박병대 사외이사(전 대법원장)의 교체 여부도 주요 관심 사항 가운데 하나다.
KB금융에서는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유석렬 이사회 의장, 스튜어트 솔로몬, 박재하, 한종수 사외이사 등 4명의 임기가 종료된다. 이 가운데 사의를 표명한 한종수 사외이사를 제외한 3명의 사외이사는 재선임이 확정된 상태다. 하나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윤성복, 박원구, 차은영, 허윤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하나금융 역시 4명의 사외이사 모두 재선임할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6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정병욱 이사회 의장의 임기가 끝난다.
아울러 자회사 대표 선임 역시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 가운데 하나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와 차기 하나은행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정식 선임된다. 하나은행장의 경우 현재 차기 행장 추천을 위한 과정을 진행 중이며, 함영주 행장의 연임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함 행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그는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