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조, 사외이사 후보추천 자진 철회…과거 법률자문 문제

기사승인 2019-02-21 09:10:53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21일 사외이사후보 주주제안을 자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백승헌 변호사의 소속법무법인이 과거 KB금융 자회사인 KB손해보험에 대한 법률자문과 소송 수행에 나선 것이 문제가 돼서다.

KB금융 노협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 사무국은 지난 11일 주주제안 사외이사후보에게 연락하여 후보자 소속법무법인에서 후보자 본인은 아니지만 다른 구성원 변호사가 KB금융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법률자문과 소송을 수행한 실적이 있어 후보자의 법령상 자격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을 여러 곳에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이후 문제가 없다는 자문결과가 나왔지만 그에 반대되는 법률자문 결과도 일부 나와 사실상 결격사유 시비 논쟁을 예고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주주제안서 제출 이후 사외이사 후보인 백승헌 변호사의 소속 법무법인이 최근 수년간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의 구상업무 관련 일부 소송을 자문·대리해온 사실을 인지했다. 그 내역을 구체적으로 알아본 결과, KB손해보험 전체의 연간 법률자문·소송대리 규모에 비추어 해당 법무법인이 수행한 규모는 매우 미미한 비율(건수 1% 미만, 금액 0.1% 미만)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법무법인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6조 및 시행령 제8조(사외이사의 자격요건)에서 제한하고 있는 ‘주된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한 법인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후보자가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서 직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곤란하거나 KB금융지주(자회사 등 포함)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박 위원장은 “향후 사외이사후보에 대한 흠결 논란을 부추길 것이 뻔하다. 더 나아가 일부 보수언론들을 동원하여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가 가진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와 연대활동의 순수성을 폄훼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후보자 본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받아 주주제안을 자진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KB금융 노협은 이번 주주제안 철회 이후에도 지배구조개선 투쟁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두고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은 사외이사 후보자 소속법무법인의 다른 변호사가 최근 수년간 KB손해보험 구상 업무에서 수행한 극히 미미한 소송사건 대리를 마치 경영에 영향력을 가진 ‘주된 법률자문’ 계약인 양 비화시켰다”면서 “이러한 태도는 주주제안 자진철회를 종용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지난 두 차례 주주제안 때와 마찬가지로 ISS 등 외국계 안건분석기관을 활용해 주주제안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사회가 ‘참호구축’의 철옹성에 흠집을 낼 수 없다는 아집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