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빙 사태로 본 중국의 국내 상표권 도용

설빙 사태로 본 중국의 국내 상표권 도용

설빙 사태로 본 중국의 국내 상표권 도용

기사승인 2019-02-23 01:01:00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이 최근 중국 내 ‘짝퉁’ 브랜드로 인해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배상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외국 브로커들에 의한 국내 기업 상표 도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고법 민사38부는 중국 상해아빈식품이 설빙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설빙은 9억5000만여원을 배상해야한다. 

앞서 설빙은 2015년 상해아빈식품에게 현지 가맹사업 운영권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미 중국 내에서는 유사 상표를 출원하고 로고와 메뉴, 진동벨, 종업원 복장, 간판 등을 동일하게 만들어 영업을 시작한 ‘짝퉁’ 브랜드가 존재했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는 설빙과 정상적으로 계약을 맺은 상해아빈식품을 오히려 시장감독관리국에 신고하기도 했다. 

설빙은 뒤늦게 상표등록을 시도했으나 중국 당국이 자국기업 상표 보호 목적으로 설빙의 상표등록을 무효화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상해아빈식품은 설빙의 허술한 관리 때문에 라이선스비 10억원을 주고 구매한 상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같은 중국 상표 브로커들의 선점 브랜드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43건이던 상표브로커 선점 상표수는 매년 늘어 지난해는 723건에 달한다. 이는 4년 사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14년 이후 약 3000여건에 달할 정도며 추산되는 피해액은 25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중국내 상표거래사이트에 게재돼있는 판매가격인 6만 위안(약 1000만원)으로 단순계산한 수치로, 법적 소송다툼비용과 브랜드의 해외진출 지연 등을 포함한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표 브로커들은 주로 국내 기업의 브랜드를 중국에 먼저 등록한 뒤, 이를 약 3만 위안에서 6만 위안 위안, 우리 돈 500만원~1000만원에 구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브랜드가 ‘짝퉁’을 대상으로 한 행정소송에서 승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상표브로커 피해사례 중국 출원 행정상태 현황을 살펴보면 무효 처분을 받은 것은 11건, 등록 취소는 7건에 불과하다. 720건이 여전히 출원된 상태며 등록된 상표는 1200건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먼저 상표권을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선출원 우선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이를 막기는 어렵다. 

빼앗긴 상표를 되찾기 위해서는 중국 내에서 이의신청이나 무효소송을 진행해야 하지만, 국내에서 상표를 등록한지 6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이후 브로커가 중국에 상표를 등록한다면 무효심판 소송만이 가능하다. 브랜드 창업과 동시에 중국에 상표를 등록하는 경우가 사실상 없는 만큼 피해에 노출돼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이렇게 상표를 선점하는 브로커들이 조직적인 기업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심양신사격림유한공사 등 국내기업 상표를 무단 선점해 우리 정부가 중점 관리대상으로 둔 중국 브로커 조직만 30여개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해외, 특히 중국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이러한 상표권 문제”라면서 “소송 비용이 출원 비용의 10배가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무효소송) 재판에서 승소하는 경우가 드문 만큼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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