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7일 금감원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함영주 행장의 3연임에 대해 우려를 전하 것을 두고 “금융당국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윤 원장은 27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함 행장의 채용 비리 문제가)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어 금감원 임원들이 법률 리스크를 잘 체크해달라는 뜻을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 은행담당 임원 등이 하나은행장 후보자 선정과 관련해 하나금융 사외이사들과 면담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함 행장의 법률리스크가 은행의 경영안정성 및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하나은행장 선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있음을 면담과정에서 밝히고, 사외이사들에게 은행의 주인인 주주와 고객을 대신해 금융회사의 경영을 견제하는 책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함 행장은 2015년과 2016년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자들을 부정 채용하고 남녀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설정해 차별 채용한 혐의(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에 따라 노조 등 일각에서는 재판에 따른 CEO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함 행장은 채용 비리 재판 결과에 따라 임기 도중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며 “CEO 리스크를 지닌 함 행장의 연임은 하나은행 미래에 적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이 하나금융에 함 행장의 법률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의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윤 원장의 이날 발언은 관치논란을 부인하면서 민간 금융사의 리스크 체크는 금융당국으로서 당영히 해야할 일이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측도 “이번 사외이사 면담은 민간은행의 인사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감원은 2015년 이후 주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이슈 등과 관련하여 사외이사 면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배구조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 제기는 관치 문제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기본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의 우려 제기에 따라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의 결정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8일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군을 2명으로 압축한 뒤 이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내부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오는 3월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 최종 후보의 선임안을 상정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