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카카오뱅크 ‘통장’ 거절하는 대포통장 거래업자들

농협·카카오뱅크 ‘통장’ 거절하는 대포통장 거래업자들

기사승인 2019-02-28 04:00:00

#. 제보자 A씨는 얼마전 은행 체크카드를 임대해 줄 경우 1장당 210만원을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문자 속 연락처로 연락해 대포통장 거래업자와 접촉에 성공했다. 그러나 A씨의 대포통장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대포통장 거래업자가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는 거래를 거부해서다.

대포통장 거래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최근 불법 대포통장 거래업자들이 유독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계좌만 거래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머지 은행의 통장이나 체크카드는 자유롭게 거래되는 모습을 보여 대포통장 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드러냈다.

쿠키뉴스가 한 대포통장 거래업자와 접촉한 결과 국내 18개 은행 가운데 16개 은행의 통장거래가 가능했다. 대포통장 거래업자는 계좌별 체크카드 1장단 210만원의 대여비를 약속하며, 1인당 최고 3장까지 대여가 가능한 것으로 밝혔다. 대포통장 거래는 체크카드를 택배로 배송하는 수법으로 진행됐다.

다만 대포통장 거래업자는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대포통장에 대해서는 거래를 거부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두 은행은 이미 마감됐다”며 구체적인 이유를 내놓지 않았다.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는 대포통장 거래업자의 거래 거부 사유가 자신들의 대포통장 관리 노력에 있는 것으로 밝혔다.

농협은행 측은 “일일 단위로 지점 자체적으로 대포통장 발생여부를 계원, 책임자가 전산으로 확인하고 월 단위로 소비자보호부에서 대포통장 발생현황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며 “그 외 사후 조치를 위한 대포통장 모니터링 제도 역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측도 “대포통장 명의인이 된 경우 피해자에 대한 피해환급절차가 다 종료된 후에도 최장 10년간 당행 이용을 금지하고, 본인이 받은 자금이 정상금융거래였음을 이의제기로 소명하지 않는 이상 모두 동일하게 거래제한을 두고 있다”면서 “'의심거래 모니터링'도 적절한 인원과 룰을 바탕으로 면밀히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두 은행이 모두 한때 대포통장 문제로 지적을 받은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행은 2015년 상반기 대포통장 점유율 14.27%를 기록하며 ‘대포통장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카카오뱅크 역시 2017년 199건, 지난해 상반기 365건의 대포통장 발급이 적발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포통장을 양상한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따끔한 지적을 받은 전례가 있는 두 은행은 이후 대포통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제도정비에 나섰다. 그 결과가 현재 대포통장 거래업자들이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대포통장 거래를 기피하게 만든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농협은행의 경우 현재 은행권 대포통장 점유율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 대포통장이 활발히 거래되는 나머지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주요은행의 노력에 따라 범죄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포통장 관리를 강화할 경우 고객 불편이 늘어날 수도 있다. 지금도 신규계좌 발급시 고객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면서 “고객 불만과 대포통장 감소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포통장 거래나 임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최장 3년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돼 금융거래가 최장 12년까지 정지된다. 이밖에 대포통장이 범죄에 활용됐다면 민사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통장 양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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