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행장 교체로 각각 남산 3억원 사건과 채용비리發 행장 리스크 해소에 성공했다. 여기에 두 은행장 교체가 각각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차기회장 선임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차기 행장으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과 지성규 글로벌사업 부행장을 각각 내정했다. 진 부사장과 지 부행장은 이달 정기주총에서 정식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행장 교체로 법률 리스크 해소=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현직 행장은 각각 남산 3억원 사건과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조사나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다.
먼저 위성호 행장(당시 지주 부사장)이 연루된 남산 3억원 사건은 2008년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서울 남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에게 비자금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1월 검찰의 당시 수사를 편파·봐주기 수사로 규정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과거사위는 위 행장을 포함한 전현직 신한 임원 10명의 위증 혐의에 대한 수사도 검찰에 의뢰했다.
함영주 행장은 2015년과 2016년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자들을 부정 채용하고 남녀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설정해 차별 채용한 혐의(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하나은행 노조는 물론 금융감독원은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함 행장의 연임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하나은행에 CEO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두 은행은 위 행장과 함 행장의 연임 대신 새로운 인물인 진옥동 부사장과 지성규 부행장을 행장으로 내정하면서, 현직 행장의 벌률 리스크를 전직 행장의 법률 위반 혐의로 격하시켰다.
◇행장 교체, 지배구조 안정화=금융권에서는 두 은행의 행장 교체가 법률 리스크 해소는 물론 차기 지배구조 안정화까지 고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내년 3월 조용병 현 회장의 임기종료에 맞춰 신임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위 행장은 2017년 조 회장과 함께 신한금융 회장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인 인물로 차기 신한금융 회장 후보자 가운데 유력한 한 명으로 평가받아 왔다.
위 행장에 대한 교체가 결정되면서 그는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현직 행장 프리미엄을 잃게 됐다. 위 행장이 차기 행장 내정 직후 “이번 (인사로)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제외됐다”며 반발한 점 역시 행장 교체가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포석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나금융의 경우 김정태 현 회장의 후계구도를 고려한 행장 교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의 차기회장은 2021년 김 회장의 임기 종료에 맞춰 선임된다.
금융감독원은 함 행장의 연임에 앞서 김 회장의 연임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사실상 김 회장과 함 행장의 연임에 반대한 것.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함 행장의 교체가 금감원의 관치 논란을 부각시켜 차기 회장 선출시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행장 교체는 금감원의 관치 논란을 부각시켜 내후년에 있을 차기 지주회장 선임에 금감원의 간섭을 배제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행장 교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원만한 세대교체를 통해 지배구조 안정화를 이루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