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금융사는 최근 모 대학을 대상으로 인력채용 협약을 제시했다. 빅데이터 관련 학과 학생을 추천해 주면 채용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이다. 이와 함께 학교 측에 거액의 발전기금 기부도 약속했다. 하지만 협약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금융사 취업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반기 채용시즌을 맞아 많은 취준생들이 금융권 채용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금융권은 빅데이터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사들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대학의 반응은 시큰둥한 실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디지털전환과 함께 빅데이터 활용이 핵심 과제로 자리잡았다. 금융결제망이 핀테크 기업에 오픈 되는 등 금융과 IT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 지고 있는 영향이다. 핀테크 기업이 금융사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금융사 역시 AI와 빅데이터 등 IT기술을 받아들여 디지털 금융사로 전환하는 추세다.
금융사들이 가장 분주하게 대응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 분야는 기존 상품과 연계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빅데이터가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인력 역시 귀한 몸이 됐다. 이에 금융사들은 관련 인력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 예를 들어 기업은행은 빅데이터 인력 확충을 위해 지난해 별도채용 분야인 IT분야를 빅데이터를 포함한 디지털금융 분야로 확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공채 역시 마찬가지로, 빅데이터를 IT분야에 넣어 별도 채용하겠다는 포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요즘 ‘빅데이터 인력은 모셔간다’는 말이 있다”며 “국내 우수 대학을 나온 인재는 해외로 빠져 나가고, 그 다음 인력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대형 IT기업이 쓸어가고 있다”면서 “비IT 계열인 금융권에서는 대학을 가리지 않고 빅데이터 인력을 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대학에 거액의 발전기금을 약속하고 학생을 추천해 줄 것을 부탁하는 처지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데이터 인력이 부족해 지면서 대학에 발전기금을 내고 학생을 추천받아 채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도 “대학에 거액을 약속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거부당하는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빅데이터 인력난이 좀처럼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 정책 등 정부가 데이터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빅데이터 인력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 금융권의 빅데이터 인력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사 안에서도 IT나 글로벌 인력들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