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김치가 설 자리는 없다

한식의 세계화…김치가 설 자리는 없다

기사승인 2019-03-08 01:00:00

한식이 세계 외식 시장에서 조금씩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지만, 대표 한식으로 손꼽히는 ‘김치’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수입 김치에 안방을 내주는 등 무역적자에 허덕면서 종주국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 ‘대표 한식’ 김치의 굴욕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9750만 달러, 약 11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로, 정부가 김치 수출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이다. 수출국도 63개 나라에서 68개 국으로 늘었다.
  
김치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일본으로 5600만 달러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이 900만 달러, 대만 500만 달러, 홍콩 450만 달러, 호주 300만 달러 순으로 적게는 3%에서 최대 24%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입정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김치 수입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1억440만 달러였던 김치 수입액은 2015년 1억1324만 달러, 2016년 1억2148만 달러, 2017년 1억2870만 달러, 2018년 1억3821만 달러로 5년 사이 32.3% 증가했다. 4071만 달러, 약 460억원이 김치 무역적자인 셈이다.

이는 중국김치의 ‘역습’ 때문이다. 평균 20% 이상 김치 수출이 늘어난 지난해에도 중국 수출액은 오히려 6% 줄어 41만 달러에 그쳤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김치의 99.9%가 중국산임을 감안하면 이미 주권을 빼앗긴 것이다.

◇ 세계 속 한식… ‘김치는 없다’

일각에서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김치 일변도가 아닌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음식들로 새 판을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는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사업 직후인 2009년 33억 달러에서 2015년 61억 달러로 84.8% 크게 신장했고, 해외 외식매장 역시 같은 기간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는 ‘김치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기준 해외 외식매장 6000여개 중 한식으로 구분된 매장 숫자는 925개로 15%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5년 기준 480여개 10%에서 늘어난 수치다. 반면 디저트, 서양식 등 비(非)한식 매장이 5000여개에 달한다.

한식 매장 925개도 갈매기살, 김밥, 부대찌개, 닭갈비 등이 대부분으로, 김치가 주가 된 찌개나 전류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한국에 온 외국인들 사이에서 ‘코리안 비비큐’로 인식되는 치킨·양념치킨이 서양식으로 분류된 자료인 만큼, 이러한 부분을 더한다면 사실상 김치가 설 자리는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마찬가지”라며 “실제 식품업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불고기와 삼겹살, 닭찜 등 육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대표 음식이 김치인 것은 알고 있지만, 알고 있는 것과 선호하는 음식은 분명히 다르다”면서 “한식의 성공적인 세계화를 위해서는 현지화를 비롯해 선호음식 위주로 새롭게 판을 짜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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