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이 8일 산업은행에서 민간 기업인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갔다. 20년만에 대우조선의 민영화가 마무리된 것이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이날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현대중공업 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본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본계약 체결에 따라 현대중공업 그룹이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가 되고,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로 출범하는 조선통합지주회사의 2대주주가 됐다. 이와 함께 조선통합지주회사는 현대중공업(사업법인), 대우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보유하는 세계 최대 조선그룹의 지주사로 등극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계약 체결 직후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의 거센 추격과 스마트화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의 적기를 놓치면 우리 조선업도 과거 일본 조선업이 겪은 쇄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이번 매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대우조선이 관리 위주의 산은 관리에서 벗어나 조선업에 전문성을 가진 현대중공업의 관리 아래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이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공동 담화문 형태를 통해 대우조선 매각에 반대하는 노조와 지역사회의 우려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고용안정을 거듭 강조했다.
공동 담화문에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의 현 경영체제 유지 ▲대우조선 근로자의 고용안정 약속 ▲대우조선 협력업체,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 보장 ▲공동협의체 구성 ▲한국조선산업 발전위원회(가칭) 구성 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권 부회장은 “대우조선 임직원들의 고용불안과 협력업체들의 불안을 잘 알고 있다. 집단행동에 나선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의 가족이며 모든 면에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을 믿어 달라. 20년전 위탁받았던 삼호중공업처럼 대우조선을 건실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아직 실사를 거치지 않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지만 대우조선 협력업체의 3/4가 현대중공업과도 거래하고 있다”면서 “가능하면 기존 협력 업체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회장도 “앞으로도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보다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려는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민영화를 반대하며 상경 투쟁을 펼쳤다. 본 계약 서명에 앞서 산업은행 본점으로 진입하려는 노조원들과 경찰간에 출동도 발생했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노조를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 가운데 하나”라며 “(노조와의 문제는) 진실되게 직원들을 존경하고 대화하다 보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