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줄줄이 무너지는 2세대 男 아이돌들 문제는

'승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줄줄이 무너지는 2세대 男 아이돌들 문제는

'승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줄줄이 무너지는 2세대 男 아이돌들 문제는

기사승인 2019-03-18 07:00:00


‘승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기에도 무색하다. 작은 공이 아니라 엄청난 공이라고 말해야 할 듯 하다. 빅뱅 출신 승리(본명 이승현)가 일으킨 ‘승리 게이트’는 연예인 정준영, FT 아일랜드 출신 최종훈과 하이라이트(구 비스트) 출신 용준형, 씨엔블루 이종현의 탈퇴와 활동중단 러시를 일으켰다. 이뿐만 아니다. 승리가 성매매알선 등의 혐의를 받으면서 함께 설립한 투자회사 유리홀딩스의 사장 유인석씨의 아내인 배우 박한별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은 당초 상관없다던 홍대 인근의 클럽 명의가 YG 양현석이 지분을 70% 가지고 있는 A회사의 것으로 알려지며 의혹의 눈초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연예계뿐만 아니다. 카카오톡 대화방에 등장한 다양한 인명 혹은 직급 덕분에 모두가 숨죽이고 ‘승리 게이트’가 번져가는 양상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경찰총장’이라는 아리송한 직급 덕에 경찰 측은 ‘검찰총장’이 아니겠느냐고 미루는 한편, 검찰 측은 ‘경찰청장’일 수도 있다고 역시 미루는 촌극을 보였다. 결국 경찰 측 인사로 밝혀졌지만 기가 막힌 노릇이다. 승리라는 이름과 클럽 버닝썬에 얽힌 이름만 한무더기다. 

버닝썬의 마약 유통과 공급 혐의에 관련된 버닝썬 직원 조모씨의 경우 2015년 2월 서울동부지법에서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총 15차례 코카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 엠디엠에이(일명 '엑스터시'), 대마 등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자유한국당 김 의원의 사위 이모(42)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이로 밝혀졌다. 이에 관련해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27일 “제 사위는 딸과 교제하기 전에 큰 실수를 저질러서 이미 처벌을 받았고, 이제는 세 자녀의 아버지로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반 국민”이라며 “그러나 단지 정치인의 사위라는 이유로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성기사의 대상이 되어 전 국민 앞에서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승리의 일은 왜 승리에서만 끝나지 않을까. 정준영과 최종훈, 용준형, 이종현은 왜 승리와 어울리며 단체 메신저 방에서 성관계 불법촬영 영상을 공유하고, 성매매 알선 정황이 짙은 대화에도 침묵했을까. 승리의 스캔들은 지난 13일 뉴욕 타임즈에까지 보도되는 등 해외의 관심까지 끌어모았다. 이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한 K팝 팬들은 이들의 단체 윤리의식 부재에 주목했다. 다섯 사람의 활동 중단 러시 기반에는 가수의 재능만 중시한 나머지 인성의식의 성장에는 주목하지 않는 K팝 시장의 허술함을 지적한 것이다.

한 K팝 팬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열거한 2004년 이후 데뷔한 이른바 ‘2세대’ 남자 아이돌 그룹의 사건사고만 해도 범죄나 재판 회부 이력 등으로 인성 논란 하나 없는 그룹이 없다. JYJ를 필두로 슈퍼주니어, SS501, 샤이니, 2PM, 비스트, 블락비를 비롯해 이번에 문제 된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 등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약 15년간 K팝을 대표하는 주춧돌로 자리해왔지만 그런 만큼 인재를 주 콘텐츠로 취급하는 K팝 시장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방증이다. 아이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존 청소년들의 우상이자 롤 모델로 모범을 보여야 하지만 그러지 못함은 명약관화하다.

전문가들은 “10대 시절부터 정규 교육 트랙에서 벗어나 아이돌이 되기 위한 피지컬 훈련에만 집중해온 만큼 허점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것이다. 가요평론가와 기획사 관계자들은 "빠르면 십대 초반, 늦어도 십대 후반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다"며 "사회윤리나 인성 등의 가치관을 확립할 타이밍을 놓치면 좋은 롤모델이라도 있어야 하지만 현재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평범한 롤모델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데뷔하자마자 수천 번의 무대에서 실력을 평가받는 만큼 실력 위주의 양성에 집중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인성 교육 또한 중요하다는 것. 

힘들게 형성된 시장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승리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소속그룹인 블랙핑크가 미주 투어에서 추가 공연을 유치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상은 다르다. 당장 5월 미국 뉴저지에서 열리는 콘서트의 경우 초기매진도 되지 않아 좌석이 텅텅 빈 상태다. 승리 사태 전 열린 티켓이라 승리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미 현지 팬들 중에서는 "실망이다. 콘서트 예매도 취소하겠다"라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 가요계의 본질적인 윤리의식이 의심받는 지금, 비슷한 사례가 누적된다면 어떨까. K팝의 대체재는 많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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