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택담보대출을 두고 소비자와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권이 모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소비자의 가입을 늘리기 위해 소비자 유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SC, 기업, 씨티, SH수협, 부산, 대구, 광주, 전북, 경남, 제주 등 15개 은행은 18일부터 월 상환액 고정형·금리상한형 등 2종의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월상환액 고정형 주담대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상환액이 증가할 경우 원금상환액을 줄여 월상환액을 최대 10년간 유지하고, 잔여원금은 만기에 정산하는 대출 상품이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향후 5년간 금리 상승폭을 2%p, 연간 1%p 이내로 제한하는 대출상품이다. 두 상품은 위험을 대비하는 대신 각각 0.2~0.3%p, 0.15~0.2%p의 가산금리가 부과된다.
해당 상품이 출시된 다음날 은행에 상품 문의를 위해 찾아오거나 연락해 오는 소비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A은행 관계자는 “출시 후 몇몇 영업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은행으로 들어오는 문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금리상한형 및 월 상환액 고정형 주담대 상품을 위해 은행을 찾는 고객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상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원인은 일단 최근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주담대 금리(가중평균)는 12월에 비해 0.07%p 하락했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도 소비자들의 무관심을 부추겼다. 19일 기준 하나은행을 제외한 국민, 신한, 우리 등 주요은행의 변동금리는 5년 혼합형 고정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대출을 신청할 때 여러 가지 상품을 비교해서 설명해 주는데 현재 신규 코픽스 대출이나 5년 혼합형 대출 금리가 낮기 때문에 고객들이 해당 상품을 선택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상품에 대한 은행권의 실효성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금리 상한형 주담대의 금리 제한폭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B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한형 주담대가 향후 5년간 금리 상승폭을 2%p 제한하지만 최근 10년간 금리가 2%p 이상 상승한 전례가 없다”면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초대형 이슈가 없는 이상 5년간 금리가 2%p 이상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이야기 했다.
따라서 은행권에서는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C은행 관계자는 “막연한 금리상승 불안감을 가지고 금리가 더 높은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하기 어렵다”며 “해당 상품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출시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시장을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어떤 목표치를 가지고 출시한 한 상품이 아닌 만큼 상품 가입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