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책임지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둘로 쪼개진지 4년째다. 그동안 환자도 의사도 피해가 불가피했다. 이에 통합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론을 두고 다툼은 쉬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년 전 기존 세력에 반기를 들고 직선제로 회장을 뽑으며 분리된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직선제산의회)는 24일 춘계학술대회 중 기자들과 만나 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파했다. 올해에는 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구 산의회)와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분열로 인해 불가항력적인 분만사고나 낙태죄 논란 등 산적한 현안에 적극적이고 하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고 이를 지켜야할 의사들이 위축되는 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도다.
실제 한 직선제산의회 임원은 “기득권을 가졌던 기존 세력(구 산의회)에 맞서 직선제 산의회가 조직됐고, 산모와 태아, 산부인과 의사들의 권리를 되찾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경쟁을 통한 순수성의 회복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젠 통합을 통해 직면한 문제들을 한 목소리로 해결해 나가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의 길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분수령은 오는 4월 7일로 예정된 구 산의회 정기대의원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 산의회는 이날 정기총회에 통합회장의 연내 직선제 선출하는 정관개정안을 상정해 논의·의결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기총회가 직선제산의회의 뜻과 같이 성사돼 정관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정기총회가 성사될 수 있을지 부터가 관건이다. 지역별 대의원이 누구이며, 이들이 몇 명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승철 직선제산의회 충북지회장은 “구 산의회에서 대의원총회를 하겠다는데 전임회장, 전전임회장도 대의원이 누구인지 모르더라. 구 산의회도 답이 없었다”면서 “과연 정총이 열리고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동욱 구 산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직선제산의회 경기지회장)는 “앞서 의협회장, 산부인과학회장, 양 산의회 회장이 모여 4월 7일 구 산의회 정총에서 정관개정을 통해 직선제 통합회장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모르겠다”며 “만약 약속했던 통합회장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으면 회원총회를 통해 사태를 종결지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3년임기를 마치고 재선에 성공한 김동석 직선제산의회장은 “어렵게 직선제를 만들었고 통합을 이루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구 산의회는 직선제 통합회장 선출을 말로만 원하는 것 같다. 당장 정기총회도 회원 수를 부풀려 정족수가 안됐다면 끝이다. 정관개정을 하려는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힐난했다.
이어 “부끄럽지 않게 대의원 총회에서 종지부를 찍었으면 좋겠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둘로 나뉜 단체가 하나로 통합해 갈라진 민심과 회원의 마음을 모아 밤잠 안자고 일하는 산부인과의사들이 불가항력적 분만사고로 구속에 처해지고, 산모와 태아가 잘못된 제도와 법으로 고통받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