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어스’ 이토록 아름답고 슬픈 공포영화라니

[쿡리뷰] ‘어스’ 이토록 아름답고 슬픈 공포영화라니

‘어스’ 이토록 아름답고 슬픈 공포영화라니

기사승인 2019-03-27 05:00:00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다. 영화 ‘어스’(감독 조던 필)는 단순히 기괴하고 무섭기만 한 공포영화가 아니었다. 공포영화의 문법을 빌린 한 편의 동화에 가까웠다. 기괴하면서 아름답고 또 슬픔이 가득한 동화.

‘어스’는 어린 시절 산타크루즈 해변 놀이공원에서 끔찍한 경험을 한 이후 말문을 닫았던 경험이 있는 애들레이드 윌슨(루피타 뇽) 가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새롭게 지내게 된 별장에서 윌슨 부부는 딸 조라(샤하디 라이트 조셉),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과 함께 산타크루즈 해변으로 놀러간다. 그곳에서 옛 기억을 떠올린 애들레이드는 불안함에 떨지만, 남편 게이브(윈스턴 듀크)가 괜찮다며 다독인다. 그날 밤 그들의 집 앞에 낯선 네 명의 가족이 찾아오자 애들레이드의 두려움을 더욱 커진다.

‘어스’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가족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에게 쫓기는 구조가 큼직한 틀을 형성한다. 살아남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네 명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그 공포영화가 맞다는 걸 확인해준다. 반복되는 가위와 토끼의 이미지, 섬뜩한 이들의 표정은 영화의 기괴함을 더 부각시킨다.

그 외엔 모두 예상 밖의 전개로 흘러간다. 영화는 처음부터 던져 놓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보다 새로운 미스터리를 자꾸만 늘어놓으려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큰 숲의 모양은 보이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 것처럼 나무 하나하나의 모습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알고 싶은 관객일수록 ‘어스’는 두려움을 주는 공포영화보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어스’가 감독의 전작 ‘겟 아웃’처럼 공포영화의 장르 문법을 파괴하는 쾌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버림받은 소수자의 시각으로 미국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감독의 메시지를 아름답고 추상적인 이미지로 포장했다. 장르 문법은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장치로 전락한다. 미국을 상징하는 제목(‘US’)처럼 미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면 영화의 메시지를 읽는 재미가 더 클 것이다.

후반부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발레 장면은 단연 백미다. 이 장면 하나를 위해서라도 ‘어스’를 감상할 가치가 있다.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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