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와 카드의 사용이 증가하며 화폐(은행권)의 유통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화폐의 유통수명은 천원권 52개월, 오천원권 43개월, 만원권 121개월로 추정됐다.
화폐의 유통수명이란 신권이 발행된 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돼 환수될 때까지 경과한 기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용지의 강도나 화폐의 사용습관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지만 지급결제에 사용되는 빈도가 낮아질수록 수명이 길어진다.
각 권종별로 보면 천원권의 수명은 경우 2011년 38개월애서 52개월로 14개월 증가했으며, 오천원권은 40개월에서 43개월로 3개월 확장됐다. 만원권의 경우 2009년 처음 발행된 이후 충분한 기간이 경과하지 않아 이번 유통수명 조사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늘어난 화폐수명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비교적 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액면권을 비교해 보면 천원권(52개월)은 유로존의 5유로(17개월), 영국의 5파운드(24개월), 일본의 천엔(18개월), 멕시코의 20페소(42개월)보다 수명이 길었다. 다만 미국의 1달러(70개월)와 호주의 5달러(68개월) 보다는 수명이 짧았다.
중간액면인 만원권(121개월)은 미국의 20달러(95개월), 영국20의 파운드(113개월), 유로존의 20유로(19개월), 일본의 5천엔(18개월), 멕시코의 200페소(47개월) 보다 수명이 길고, 호주의 20달러(134개월) 보다 짧은 수명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간편 결제나 신용 카드 등 비현금 지급수단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현금의 이용이 감소한데 화폐 수명이 늘어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현금 이외의 지급수단을 통한 결제금액은 하루 평균 80조원을 넘어서며 전년(76.8조원) 대비 4.9% 증가했다. 계좌이체 방식의 하루 평균 결제규모는 8.9%, 신용 카드와 체크카드 등 지급카드는 6.2%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현금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국은행은 현금없는 사회로 가는 중간 단계인 '동전없는 사회'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거스름돈을 선불카드 등에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동전 이용에 따른 불편을 줄이고 제조와 유통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는 ‘화폐의 종말(Curse of Cash)’에서 “종이화폐가 폐지된다면 반복적인 대규모 익명성 자금 이동을 어렵게 함으로써 탈세와 범죄를 줄이는 데 심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