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월 카드사들의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 통보에 현대·기아차가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두며 카드사들에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금융권에선 카드사들의 완패라고 입을 모은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학습효과로 인해 대형가맹점들이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카드수수료 인상에 대해 먼저 반대부터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을 연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에서 보전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할인·포인트 적립 등 마케팅 혜택을 누렸던 대형가맹점이 제대로 된 수수료율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형가맹점들이 반기를 들면서 수수료율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차가 앞서 3월11일 신한·삼성·롯데카드에 대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지 하루 만에 우여곡절 끝에 수수료 협상이 타결됐다. 카드사들이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 이어 쌍용자동차 역시 카드업계의 수수료율 인상분에 불만을 제시하며 현재 협상 진행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가맹점과 카드사의 수수료율 갈등은 3년에 한 번씩 적격비용(원가)에 기반해 재산정하는 시점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불이익을 보는 일이 없도록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계약해지 한다고 했는데 아직 계약해지는 안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카드 수수료율과 관련해 역진성을 해소하겠다며 마케팅비용 산정방식을 대폭 손본데 따른 후폭풍이 이처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현대차와 카드업계의 카드수수료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백화점·대형마트·통신사·항공사 등 생활과 밀접한 대형가맹점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들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카드 수수료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유통분야는 기존 자동차 회사처럼 가맹계약이라는 초강수를 꺼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유인즉 백화점·대형마트·통신사 등 유통분야는 하루에도 몇번씩 카드를 긁어 사용하는 것으로 자동차 구매때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슈가 되는 것은 현대차와 쌍용차처럼 가맹해지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며 "일반 대형 유통가맹점들은 기존에도 장기간에 걸쳐 수수료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해지는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이므로 이 같은 극단적인 처방만 아니면 문제 없이 협상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