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깜깜이’ 금리 산정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출금리 산정 내역서’를 두고 대출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내역서 의무발급 대상에서 기존 대출자를 제외하면서 은행들 마다 발급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등과 합동으로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투명화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가이드라인을 통해 신규·갱신·연장 대출에 대해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신규·갱신·연장 대출을 제외하고 기존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내역서 발급 의무화 기준을 두지 않았다. 기존 대출자에 대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내역서 발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A은행에서 고정금리 담보대출을 받은 김모씨는 만기까지 5년이 남아있다. 평소 자신이 내고 있던 금리가 높다고 생각한 김모씨는 은행에 대출금리 산정내역서 발급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김모씨의 대출이 신규·갱신·연장 등 3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반면 B은행에서 김모씨와 동일하게 담보대출 만기가 5년 남은 박모씨는 신청한달 후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받았다. 은행이 우대금리 변동 내역을 점검하는 시점에 맞춰 박모씨에게 내역서를 발급한 것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우리 등 대부분의 은행은 기존 고객의 대출이 갱신이나 연장될 때만 내역서를 발급한다. 이마저도 고객이 내역서 발급을 신청해야 발급된다.
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기존 고객은 내역서 발급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 내역서를 기존 모든 고객에게 발급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만큼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출 신규·갱신·연장 조건일 때만 내역서를 발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역서를 제한적으로 발급하는 은행도 있다. 국민은행은 기존 고객이 내역서 발급을 요청할 경우 갱신·연장 시점이 아니라도 금리 변동주기에 맞춰 내역서를 발급한다. 매월 실시되는 우대금리 적용 여부 등을 심사할 때 고객 요청에 따라 내역서를 발급하는 것.
농협은행은 이미 스마트뱅킹을 통해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금리뿐만 아니라 본부·영업점장 전결금리까지 내역서에 나와있는 모든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은행마다 대출금리 산정내역서 기준이 다르면서 자신의 대출금리가 궁금한 대출자들만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기존대출자에 대해서는 은행마다 차이가 있다. 내역서 제공이 아예 어려운 은행도 있고, 갱신·연장 이벤트가 발생한 시점에 드리는 곳이 있으며, 일부는 대출자가 신청하면 현재 시점에 맞춰 내역서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면서 “가이드라인에서 세부적인 내용까지 규정하고 있지 않고, 은행마다 시스템 개발 정도가 달라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존 대출자에 대한 대출금리 산정 내역서 발급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차주에 대한 내역서 발급 시점을 명확히 할 기준이 필요하다”며 “당국의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은행권 발급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