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방치 속에 금융회사의 제재공시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는 현행법상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받은 제재내용도 투자자 및 고객 보호를 위해 공시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A금융지주는 최근 사업보고서 수정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 A금융지주는 주력 자회사인 은행이 해외 당국에서 자금세탁방지 규정 위반에 따라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받은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금융지주는 해외에서 받은 제재를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A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업이 주로 국내에 한정되다 보니 해외에서 받은 제재에 대해 공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공시 누락 사실을 최근 인지하고 현재 수정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A금융지주가 1년 넘게 해외에서 받은 제재를 공시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의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사실은 다른 금융회사가 공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B금융지주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들은 해외에서 제재 받은 내용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재내용을 꼼꼼히 공시하는 회사만 손해를 보고 있다”며 “해외에서 제재받은 내용을 꼼꼼히 공시한 회사만 해외사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B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의 방치 속에 금융회사들이 해외 제재내용을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공시하고 있는 것으로 주장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사업보고서나 반기보고서의 공시 항목을 모두 점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년 사업보고서나 반기보고서의 몇 가지 항목에 대해 검사를 하고 있지만 모든 항목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요 항목들이 적정하게 공시됐는지 보고 부족한 부분은 회사가 충실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공시에 대한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해외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의 해외 수익이 전체 수익의 20%를 넘어가는 금융회사가 나오고 있지만 금감원의 관리·감독은 국내에 한정된 모습을 보인다”며 “금융회사의 해외사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투자자는 물론 고객들도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