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배경으로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등 인기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 ‘더 뱅커’가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 뱅커’는 대한은행 대기발령 1순위 지점장 노대호(김상중)가 본점의 감사로 승진해 조직의 부정부패 사건들을 파헤치는 내용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은행 내부의 권력다툼 등 평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던지는 중이다. 다만 실제 은행들의 모습과 다소 다른 요소도 다수 존재한다. 은행장이 권력 정점의 인물로 나오거나, 감사가 독불장군 스타일로 업무에 나서는 등의 모습이다.
◇독불장군 감사 가능할까= ‘더 뱅커’에서 노대호는 할 말은 하는 ‘독불장군형’ 감사로 나온다. 그는 신임임원 축하 연회날 “은행이 어려워서 지점이 폐쇄됐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호화로운 식사를 하는 임원을 보면서 누가 은행이 어렵다고 생각을 할까요. 이런 비싼 와인을 드시는 여러 임원 여러분은 은행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계십니까”라고 지적하며 연회를 박차고 나온 인물이다.
여기에 노대호(김상중)는 은행 넘버2인 육관식 부행장의 경고에도 불법 대출건을 조사하는 등 주위의 압박에도 할 일을 하는 감사로 그려졌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은행 감사의 모습이 이럴까. 은행원들은 일구동성으로 ‘아니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은행 감사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KB국민은행 상입감사는 수천억원 규모의 주전산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견한다. 그는 특별감사를 통해 사업의 문제를 밝혀냈지만 그 결과 감사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맞이한다. 오히려 국민은행은 사건 이후 수년간 상임감사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뒀다.
은행 관계자는 “감사도 은행 경영진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현재 은행 감사들은 대부분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뒷배라도 있지만 내부 직원이 상임감사로 선임돼 독불장군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권력의 정점 은행장? 지금은 지주회장= ‘더 뱅커’에서 강삼도(유동근)은 3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으로서 권력의 정점으로 나온다. 그러나 현실에서 은행장은 권력 2위로 지주회장에게 밀려난지 오래다.
현재 국내 4대 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 모두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됐다. 금융지주는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를 하위 회사(자회사)로 지배하는 회사(모회사)를 말한다. 이에 따라 은행장 위에 지주회장이 존재하는 옥상옥의 권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권력구도는 은행장과 지주회장의 임기를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드라마에서 강삼도(유동근)의 3연임 행장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3연임을 행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행장 임기가 1년에 불과한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국내 주요 은행인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의 행장 모두 첫 임기를 보내고 있다.
반면 지주회장 가운데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과 KB금융의 윤종규 회장이 각각 3연임, 2연임 중이며, 신한금융의 조용병 회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결국 은행장 보다 지주회장의 권력이 앞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과 지주 임원의 겸직이 확대되면서 은행장보다 지주회장의 지시를 직접적으로 받는 은행 임원들이 늘어났다”며 “은행장에게는 몇 달에 한번씩만 보고하는 임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