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트래블러’ PD “류준열 따라 '일출 사냥' 하는 시청자들 보며 뿌듯했죠”

[쿠키인터뷰] ‘트래블러’ PD “류준열 따라 '일출 사냥' 하는 시청자들 보며 뿌듯했죠”

‘트래블러’ PD “류준열 따라 '일출 사냥' 하는 시청자들 보며 뿌듯했죠”

기사승인 2019-04-11 08:00:00


“인도를 다녀와서 기억나는 건 타지마할의 멋있는 무덤이 아니에요. 타지마할보다는 거기까지 이동하면서 만난 동네 꼬마와의 에피소드가 기억나는 거죠. ‘트래블러’는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현재 방송 중인 JTBC 예능 ‘트래블러’를 처음 기획할 당시 최창수 PD의 생각은 단순하고 확고했다. 지금까지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진짜 여행’을 배낭여행으로 보여주자는 것. 최 PD는 다른 여행 예능처럼 유명한 관광지와 유적지, 지역의 특산품과 맛집에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 이색적인 거리의 풍경과 즉석에서 숙소를 구하려고 헤매는 과정,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비를 흥정하는 순간들에 주목했다. 그것이 과거 1년 넘게 세계여행을 하며 그가 생각한 '진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서울 상암산로 JTBC 사옥에서 만난 최창수 PD는 1시간 조금 넘게 대화하면서 힘들다거나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미 처음부터 그가 보여주고 싶은 프로그램의 모습이 뚜렷했고 확신이 있었다. 그의 구상에 맞춰 기존 예능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쿠바로 떠나는 제작진의 숫자를 최소화했고, 중간에 힘들면 찍지 않는 일도 많았다. 그동안의 여행 경험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그 결과 ‘트래블러’는 예능과 다큐멘터리를 섞은 독특한 여행 프로그램이 됐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모습 뿐 아니라 현지에서 찍은 사진과 현지 음악도 적극 활용됐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촬영 과정들을 신나게 설명하는 최창수 PD를 보며 ‘트래블러’를 기획, 연출하는 전체 과정이 그에겐 하나의 여행인 것처럼 보였다.



Q. 처음 ‘배낭여행’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JTBC ‘아는 형님’ 연출을 끝내고 새 프로그램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해보자 했어요.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게 제 목표이자 꿈이었거든요. 사실 요즘 여행 프로그램 많잖아요. 하지만 제가 예전에 했던 배낭여행을 본격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은 없었어요. 아마 저처럼 1년 이상 세계여행을 다녀온 PD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Q. PD님 말씀처럼 요즘 여행 예능이 정말 많잖아요. 혹시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하거나 의식하진 않으셨나요.

“촬영을 가기 전부터 제가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이 명확하게 있었어요. 여행 예능에 지쳐있는 시청자들도 많겠지만, 조금 다른 여행 프로그램을 세상에 내놓을 자신이 있었죠. 시청자 분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 들이실지 몰라도 저밖에 할 수 없는 예능이란 자신은 있었어요. 제가 생각한 콘셉트를 명확히 이해시키기 위해 제작진부터 배낭여행을 많이 해본 친구들로 꾸렸어요. 기존 예능 작가 대신에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온 작가 두 명을 섭외했어요. 블로그를 계속 보면서 한국에 들어오면 무조건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작가들이에요. 아마 저희가 예능 프로그램 중 작가수가 제일 적은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어요. 중간에 스틸사진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걸 찍어준 사진 작가는 제가 2006년 인도 여행을 하면서 만난 친구예요. 당시에 제가 나중에 PD가 되고 싶고 여행 프로그램 만들 건데 그러면 같이 하자고 얘기했어요. 그 친구는 결국 사진작가가 됐고 이번에 함께 하게 됐죠.”


Q. PD님이 처음부터 명확하게 그리셨다는 그림은 어떤 거였나요.

“시청자들에게 배낭여행을 최대한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3~6개월이 넘는 장기여행을 하면 다른 것보다 숙소를 잡고 교통편과 먹을거리 구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저희는 그걸 ‘여행을 산다’고 표현해요. 그런 여행 과정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이 지금까진 없었어요. ‘트래블러’를 보면 대부분 숙소나 교통편을 구하는 데 분량을 할애해요. 먹는 것도 맛집을 찾아다니는 느낌보다는 그때마다 끼니를 때우는 느낌이고요. 음식을 먹는 장면이 많이 안 나와요. ‘트래블러’를 EBS ‘세계테마기행’,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비슷하다는 말씀도 하시는데 개인적으론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전하거나 자막을 최소화한 건 비슷하지만, 그 프로그램들엔 어떻게 이동하고 숙소를 구했는지 그 과정이 없거든요.”



Q. 막상 쿠바에서 촬영하면서 ‘이렇게 해도 되나’ 하며 불안하진 않으셨나요.

“배우 이제훈 씨가 연말 시상식 MC를 보느라 5일 후에 합류하게 됐어요. 류준열 씨 혼자 쿠바에서 며칠을 보내게 된 거죠. 기존 예능 PD 입장에서 출연자가 혼자 여행을 간다는 건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뜻이에요. 당연히 걱정을 안 한 건 아니에요. 너무 오디오가 없는 건 아닐지, 혼자 여행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진 않을지 불안했죠. 하지만 첫날 류준열 씨가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타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어요. 너무 잘하더라고요. 혼자 여행을 해도 재밌게 도전적으로 잘하는 스타일이에요. 현지인들과 자주 부딪히고 흥정도 잘하고요. 한 번도 제작진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어요. 저희도 각자 숙소나 택시잡기 바빴기 때문에 아마 요청했어도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을 거예요,”


Q. 여행하면서 가까이에서 본 이제훈 씨는 어떠셨어요.

“원래 성격이 스윗하다고 할까요. 정말 매력적이에요. 두 사람이 충돌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제작진 입장에선 그런 모습을 원할 만도 한데 말이죠. 제훈 씨는 배낭여행이 처음이라 호기심이 왕성했어요. 그게 둘의 여행에 신선함을 줬어요. 사실 준열 씨가 혼자 여행할 땐 너무 다 척척해내는 면도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여행을 많이 해봐서 감동 받는 것도 무뎌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반면에 제훈 씨는 도시 위주로 여행을 다녀서 쿠바 같은 풍경이나 배낭 메고 시골 가는 여행은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쿠바의 음식이나 풍경, 사람을 보고 감탄사를 많이 내뱉어줘서 제작진 입장에선 고마웠어요.”



Q. 지금까지 방송된 건 7회 분량이지만 실제론 12~13일이 지난 거잖아요. 워낙 촬영 현장에서 단련된 배우들이라 지치지 않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2~3일에 한 번씩 도시를 옮겨 다니면서 휴식을 많이 취했어요. 아예 하루를 통으로 쉰 적도 있어요. 2회에 비냘레스에서 류준열 씨가 혼자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하루 종일 그렇게 쉬었어요. 제작진도 시내에 나가서 각자 맥주를 마시기도 했고요. 여행을 많이 해봐서인지 지금쯤 쉬어줘야 한다는 판단에 확신이 있었어요.”


Q. 유독 사진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두 사람이 직접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많이 나와요. 예능 프로그램에선 처음 시도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둘이 워낙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전문가의 사진도 좋지만 그들이 찍은 느낌을 최대한 활용해보고 싶었죠. 전문가가 예쁜 구도로 찍는다면, 두 사람의 사진은 VR까진 아니어도 관찰자 입장에서 그들의 눈을 보여주는 느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Q. 중간에 흐르는 음악들도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음악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쿠바가 음악이 워낙 유명하고 좋거든요. 답사를 다녀오기 전부터 제가 아예 음악감독님에게 오더를 내렸어요. 쿠바 음악 공부를 한 달간 하시라고요. 답사와 본 촬영을 다녀오면서 현지 CD를 많이 사오기도 했어요. 야외에서 연주하는 공연을 오디오 팀이 직접 녹음해서 쓴 것도 많고요. 프로그램에 음악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선곡이나 믹싱에 공을 많이 들여요. 음악에 더 집중해서 보시면 영상을 이해하거나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Q. 프로그램에 대해 확고한 자신이 있으셨던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떻게 예상하셨을지 궁금해요.

“결과물에 대한 자신은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예상이 안 됐어요. 첫 방송 전이 제일 힘들었어요. 저희끼리 시사를 하면서 시청자들이 지루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너무 심심한 것 아니냐, 정보가 너무 많지 않냐 하는 얘기도 나왔고요. 저희는 촬영도 다녀오고 한 달 이상 계속 보니까 쿠바가 더이상 신기하지 않은 거예요. 확신이 옅어지고 있었는데 방송 후 시청자들 반응을 보면서 안심했어요. 다행히 기획의도대로 받아들여지고 있구나 싶었죠.”


Q. 어떤 반응들이 맘에 드셨나요.

“내가 직접 여행하는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재밌구나 하는 반응들이요. 제가 제작발표회 때 얘기한 게 있어요. ‘나도 가 봐야지’ 생각이 들기보다 ‘나도 저런 방식으로 여행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요. 제가 알기론 류준열 씨를 따라서 직접 일출, 일몰을 찍어보는 분들도 많이 늘었다고 해요. 그렇게 ‘트래블러’에 나온 여행 방식을 따라해 보는 걸 봤을 때 뿌듯하고 기뻤어요.”


Q. 연예인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예능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히 있어요.

“저희는 특정 미션이나 제작진과 돈으로 밀당하는 콘셉트가 없어요. 쿠바에서 2주 동안 배낭여행을 하면서 실제로 쓰는 돈이 많지 않아요. 물론 이동비는 비싸지만 숙박비는 보통 하루 2만원이 안 돼요. 먹는 것도 싸고요. 배우 둘 다 개인 돈으로 알아서 소소하게 썼어요.”



Q. ‘트래블러’에서 PD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 하나만 고르신다면.

“6회에서 쁠라야 히론 근처 해변에 가는 장면이 나와요. 수영하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면서 바닥에 수건을 깔고 일몰을 감상하죠. 먹구름이 있고 해가 지는 해변을 그냥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투샷이 계속 생각나요. 그게 ‘트래블러’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것 같거든요. 낯선 곳에 와서 둘이 서로 막 의지하며 여행하다가 대자연 앞에서 먹먹해진 느낌, 겸손해진 뒷모습이랄까요. 그 장면이 좋아서 방송에서도 길게 보여줬어요.”


Q. ‘트래블러’가 이제 3회 정도 남았잖아요.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제작한 소감,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제가 좋은 곳을 다녀왔는데 혼자만 보거나 느끼기 아까운 그런 느낌으로 만들고 있어요. 쿠바는 너무 멀어서 대부분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잖아요. 여행 인프라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남녀노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죠.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그 느낌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거기에서 착안한 프로그램이기도 하고요. 아바나에서 시작해 2주 동안 시계 반 바퀴 방향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에요. 여행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잖아요. 이왕 시작해주신 거 두 트래블러에 감정 이입을 하셔서 끝까지 시청해주시면 좋은 마무리가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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