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금융관련 대선공약들이 연이어 무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부터 노동이사제 도입, 전북 혁신도시 제3금융중심지 지정까지 많은 금융 대선공약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처음부터 현실성 없는 공약이 남발된 결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12일)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전북 혁신도시가 제3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기에는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향후 전북 혁신도시의 제반여건이 성숙하면 추가 지정이 가능하다는 방침이지만 앞서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마저 성숙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북 혁신도시 홀로 금융산업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금융위의 결정 이후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금융중심지 지정을 기다려온 전주 일대 주민은 물론 전북 도민들은 허탈하다는 반응과 함께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 갑)은 “전북도민들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뒤집은 청와대와 민주당은 도민들 앞에 이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도민들을 우롱한 것에 대해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도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지만 무산된 지 오래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가 추천한 인물이 이사회 진입을 통해 근로자에게도 기업 경영에 일부 참여를 허용하는 제도다. 당초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도입이 추진됐지만 현재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이사회를 참관하는 ‘참관제’로 도입이 선회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은행권 종사자의 급여·복지 수준으로 볼 때, 다른 분야보다 먼저 금융권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만큼 열악하거나 불리하지 않다”며 공식적으로 도입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금융감독체계 개편 또한 시작도 못한 체 시간만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금융과 관련된 정부의 기능을 정책, 감독, 소비자 보호로 나눠 정책은 기획재정부, 감독은 금융감독원, 소비자 보호는 신설 전담기구에 맡긴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위에 집중된 감독과 정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개편이 논의됐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기 어렵다는 명분아래 추진이 중단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처음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제2 금융중심지인 부산의 기반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제3금융중심지를 추진하거나, 사회적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약속한 공약은 현실을 내다보지 않은 포퓰리즘 공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분야는 경제적 판단에 따라 공약이 결정돼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표를 받기위해 공약을 남발하다 보니 이행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며 “남발된 공약이 이행된다고 해도 문제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금융 및 경제 관료들이 이를 추진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