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받던 조현병 입원환자, 희망을 찾다

소외받던 조현병 입원환자, 희망을 찾다

기사승인 2019-04-12 18:16:29

이중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의료급여환자의 정액수가에서 약제를 분리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급여 수가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지금까지 조현병을 비롯한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환자 간의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하는데 있다. 

일반 진료과의 경우 국가지원을 받는 의료급여환자라 할지라도 입원료와 진찰료, 검사료 등에 각각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해 진료비를 산정하는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해 온 반면, 정신질환자의 경우 정해진 금액 내에서 진료와 약제비용까지 모두 해결해야 하는 ‘일당정액수가’를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들은 지속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이라며 목소리를 냈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의료급여 정신질환 외래환자를 행위별 수가제로 전환하고 입원환자에 대한 수가를 4.4% 인상한 바 있다. 

이번 법안 개정도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타 진료과목의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진료비용은 건강보험 대비 97% 수준으로 의료급여환자라도 건강보험환자와 비교해 97% 수준의 비용으로 진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의료급여 정신질환 입원환자의 수가는 건강보험 환자 대비 64%에 불과했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 옵션 선택에 있어 많은 제약이 있었다. 법안 개정을 의료진 및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간절히 바라온 이유다.

특히 조현병 입원환자들은 ‘장기지속형치료제(LAT, Long-Acting Treatment)’라는 경구제의 한계를 보완한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상의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같은 의료급여 환자라도 외래환자는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해 ‘장기지속형치료제’의 사용이 가능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합리한 치료 환경에 놓여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는 6월 1일부터는 의료급여수가 개정안의 시행으로 입원환자의 정액수가에서 약제비를 분리해 청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환자 본인부담금 없이 ‘장기지속형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조현병은 재발율이 높아 70-80% 환자가 한번 이상 재발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재발할수록 치료가 장기화되고 회복할 수 있는 수준도 낮아지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로 치료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이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재발의 주된 이유 역시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조현병 환자에게 ‘장기지속형치료제’를 통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장기지속형치료제’는 일반적인 치료 방법인 경구제와 달리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 년에 네 번 주사를 통해 약물농도를 유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스스로 약물을 복용하는 등 질환관리가 어려운 조현병 환자들에게 있어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장기지속형치료제는 꾸준한 치료가 중요한 조현병의 치료에서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크게 높여 약물 중단으로 인한 재발, 병원의 입원 횟수, 입원 일수의 감소 효과가 증명되기도 했다.

이번 의료급여수가 개정으로 2만3000여 명의 의료급여 조현병 입원환자들이 본인부담금 없이 ‘장기지속형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더 나은 치료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좋은 약이 있어도 낮은 수가 탓에 최신 치료를 포기해야만 했던 의료급여 입원환자와 그 보호자들은 ‘장기지속형치료제’를 통해 재발방지 및 사회적 기능 회복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신질환자라 해서 차별 받지 않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모든 환자들이 차별 없이 동등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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