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육성을 위해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미래생존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달려있다고 보는 은행들은 유니콘 기업 육성을 통해 성장의 과실을 나눠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제2벤처붐 조성으로 경제 활력을 제고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도 반영된 결과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총 7개의 핀테크랩이 운영 중이다. 핀테크랩이란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사업성검토, 법률상담, 자금조달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전담 조직을 말한다. 혁신 아이디어가 상용화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산파 역할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핀테크랩 가운데 6개가 은행권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각각 이노베이션허브와 퓨처스랩을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는 산하 은행에서 원큐어질랩과 핀테크 혁신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은행의 핀테크드림랩과 우리은행의 위비핀테크랩이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에 한창이다.
은행들은 2015년부터 운영해 온 핀테크랩들을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제2벤처붐 조성 선언에 발 맞춰 확대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 벤처붐’을 일으키고자 한다”면서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벤처·창업을 혁신 성장의 핵심 과제로 정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정부 정책의지와 은행의 디지털 전환의 수요가 맞아 떨어진 영향이다.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이달 3일 위비핀테크랩을 디노랩으로 확대했다. 디노랩은 ‘위비핀테크랩'에 '디벨로퍼랩'을 추가한 구조로, 스타트업이 공룡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의 요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올해 핀테크기업에 300억원, 스케일업에 1000억원 등 총 1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농협은행은 8일 핀테크 혁신센터를 디지털혁신캠퍼스로 개편했다. 농협은행은 이번 개편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 육성과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블록체인·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추가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농협은행 역시 스타트업에 대해 3월에 조성된 200억원 규모 디지털 혁신펀드를 통해 자금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11일 퓨처스랩을 확대해 제2출범을 선언했다. 신한금융은 퓨처스랩의 제2출범과 함께 육성기업의 범위를 핀테크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관련 유망기업으로 확대하고, 직접투자 규모를 향후 5년간 250억원 규모로 늘이기로 했다. 이밖에 그동안 핀테크 랩을 운영하지 않은 DGB금융지주도 최근 핀테크 랩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도 벤처붐 정책에 따라 스타트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각 금융사의 핀테크 행사에 직접 참석해 스타트업 지원을 격려하고 나섰다. 또 금융위는 다음달 글로벌 핀테크박람회를 개최하고, 하반기에는 핀테크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스몰 핀테크 라이선스’, 금융회사들의 핀테크 출자 활성화 등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