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은 전위적 문화 메카…왜곡된 클럽문화에 새 방향 제시”

“클럽은 전위적 문화 메카…왜곡된 클럽문화에 새 방향 제시”

기사승인 2019-04-17 17:46:18

새로운 문화가 태어나 자라는 곳. 1990년대 중후반 한국에 상륙한 ‘클럽’은 젊음과 자유, 해방의 동의어였다. 음악과 춤을 사랑하는 이들이 집결한 압구정, 대학로, 홍대 인근 등에 댄스 클럽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주변인들이 중심이 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태동했다.

언더그라운드 클럽문화를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해석한 전시가 오는 18일 서울 이태원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개막한다. ‘굿나잇: 에너지 플래시’(Good Night: Energy Flash)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선 현대미술이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해석해 왔는지를 조망하는 작품 5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비영국인 최초로 터너 프라이즈를 수상한 볼프강 틸만스, ‘2018 맥아더 펠로우’를 수상한 우 창, 영국인디음악협회로부터 올해의 노래’상을 받은 한국인 DJ 페기 구 등 17명의 국내외 아티스트가 이번 전시에 작품을 내놨다.

전시는 사진과 회화, 조각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198~90년대 한국 클럽문화를 망라한 아카이브는 물론, DJ 부스와 사운드아트 등 현대미술과 클럽문화가 결합한 새로운 예술공간도 선뵌다. 전시를 주관하는 현대카드 관계자는 “본연의 언더그라운드 클럽문화에는 자유로운 에너지와 다양한 서브컬처(하위문화)의 특징이 융합돼 있다”며 “이번 전시는 이 같은 언더그라운드 클럽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만나고 새로운 감성을 충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에야 클럽이 대표적인 유흥업소로 인식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해외에서 웨어하우스 파티, 케이브 레이브(동굴 파티) 등을 경험했던 유학파들과 외국인들이 모여 파티를 연 것이 언더그라운드 클럽문화의 시작이었다. 외모나 옷차림으로 ‘입뺀’을 놓기는커녕, 슬리퍼나 운동복 등 편안한 차림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DJ의 음악에 시 낭송을 곁들이는 등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공연도 열렸다. 

예술 비평가 얀 베르워트(Jan Verwoert)는 클럽을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욕망, 희망, 두려움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플랫폼”이라고 봤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권위에 저항하고 무아지경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어슘 비비드 아스트로 포커스는 17일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클럽은 진정한 ‘나’와 자유를 찾는 공간”이라며 “사람들이 (클럽에서) 황홀경에 이르는 순간, 자기 자신과 자유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때로 자유에의 향한 왜곡된 갈망이 비정상적인 유흥 문화와 맞물려 잡음을 내기도 한다. 마약, 성범죄, 탈세 등으로 얼룩진 클럽 버닝썬 사태가 대표적이다. 전시 관계자들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클럽문화의 본연은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우임 책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다양한 견해에서 클럽문화를 해석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는 클럽을 현대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고 사회 계층 간의 갈등,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를 반영한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홍보팀 관계자도 “클럽은 전위적이고 새로운 문화의 메카였다”며 “왜곡된 클럽문화에 대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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