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을 청춘처럼”… 시니어 스타 전성시대

“황혼을 청춘처럼”… 시니어 스타 전성시대

“황혼을 청춘처럼”… 시니어 스타 전성시대

기사승인 2019-04-22 07:00:00


60대에 모델 일을 시작한 백발의 순댓국집 할아버지, 축구 마니아임을 고백한 데뷔 58년차 여배우, 한 번의 무대로 SNS 스타가 된 기초수급생활자 할아버지까지.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노년의 삶이 주목받고 있다. 뒤늦게라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젊은 세대가 호응하고 있다.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을 젊은 세대에 전수하는 기존 노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국내 1호 시니어 모델로 꼽히는 김칠두(65)씨가 선두 주자다. 김씨는 27년간 경기도 시흥시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했다. 20대 때 의류업을 했을 정도로 옷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의 못 이룬 꿈을 알게 된 딸의 권유로 김 씨는 학원에 등록했고 시니어 모델의 길을 걷게 됐다. 식당 운영을 하면서도 고집해온 하얗고 긴 머리와 수염은 이젠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2년 연속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 선 김씨는 최근 광고도 찍었다. 최근에는 김 씨와 함께 현직 여성 시니어 모델 최순화(77)씨도 주목받고 있다.

지병수 할아버지(77)는 KBS2 ‘전국 노래 자랑’에서 부른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로 단번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가 보여준 노래와 춤에 대한 열정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씨의 무대 영상은 곧바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언론 인터뷰가 이어졌고 원곡을 부른 손담비와 방송에서 만나 함께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전통무용을 18년 해왔다는 지씨가 여의치 않은 경제사정에도 춤과 노래를 즐기는 모습에 대중의 호응이 쏟아졌다.

일반인만 시니어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 배우 강부자(79)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며 오래 전부터 축구를 좋아해왔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축구를 향한 애정과 관심을 고백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과 포지션, 등번호를 정확하게 기억하며 왜 좋아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언젠가 축구 중계를 하고 싶다는 꿈을 고백하기도 했다. 올해 K리그 이야기부터 과거 에우제비오를 목격한 이야기까지 강부자가 오랜 기간 쌓아온 축구에 대한 열정에 네티즌들은 박수를 보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는 강부자의 후임으로 배우 김수미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은 대부분 SNS를 통해 젊은 대중과 소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씨는 주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5만5000명의 팔로워들과 소통 중이다. 유튜브를 통해 알려진 지씨는 최근 ‘할담비 지병수’라는 개인 계정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강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공간도 실시간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였다.

방송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시니어 스타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KBS1 ‘인간극장’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씨는 지난 16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방송인 유재석을 만났다.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는 아예 김씨와 지씨를 배우 김영옥과 함께 게스트로 초대할 예정이다. 이덕화가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포맷으로 제작된 KBS2 ‘덕화TV’는 시즌2를 오는 6월 편성했다. SBS ‘가로채널’은 지난 18일 방송을 ‘인싸실버’ 특집으로 김칠수씨, 유튜버 김영자(74)씨, 래퍼 임원철(75)씨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곁가지로 다뤘던 황혼의 삶을 정면으로 조명한 드라마나 웹툰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배우 김혜자(79)를 주인공으로 한 JTBC ‘눈이 부시게’는 자신을 20대로 착각한 치매 노인의 이야기로 12부를 채웠다. 아나운서의 꿈을 마트 방송으로 이루고 솔직한 모습으로 개인 방송에서 인기를 모으는 김혜자의 모습에 호평이 쏟아졌다. ‘눈이 부시게’는 가파른 시청률 상승을 기록하다 마지막회에서 9.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은퇴한 우편 공무원 덕출이 일흔의 나이에 오랜 꿈이었던 발레를 배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웹툰 ‘나빌레라’도 있다. 가족의 반대에 몰래 발레학원을 다니던 덕출이 재능이 있지만 노력하지 않는 스물세 살 청년 채록과 함께 성장해가는 내용이다. ‘나빌레라’는 최근 배우 진선규를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로 재탄생돼 다음달부터 공연에 들어간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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