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결과보고서가 발표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포함한 공세가 뜨겁다. 하지만 탄핵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그를 신뢰하지는 않지만 탄핵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ABC방송과 함께 미국 전역의 성인남녀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스캔들’로 불리는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와의 공조여부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믿으면서도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었다.
구체적으로 지난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와의 공모의혹 등 특검팀의 수사대상이 된 사안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8%가 그렇다고 답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은 31%에 그쳤다.
‘특검 보고서로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가 모두 해소됐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도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이들이 53%로 절반을 넘었다. ‘그렇다’고 답한 이들은 역시 31% 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검 수사방해여부에 대해서도 47%는 방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흔들리지 않았고, 대통령직 유지에 대한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보고서 발표 전인 1월 37%와 큰 차이가 없는 39%를 기록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의회가 대통령 탄핵절차를 개시해야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6%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탄핵을 해야한다는 의견은 37% 뿐이었다.
정치성향별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배출한 공화당의 지지자들의 90%는 탄핵을 반대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62%는 탄핵절차 개시에 찬성한다는 뜻을 표했다. 연령별로는 40세 미만에서 탄핵의 찬성비율이 높았다.
인종별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69%가 탄핵에 찬성하는 반면,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 집단과 대졸 미만의 백인남성, 백인 주류의 개신교나 가톨릭 집단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남부와 중서부가 북동부나 서부보다 탄핵 찬성률이 낮았다.
한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와 공조해 상대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게 부정적인 정보를 흘리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민주당의 요구에 2017년 뮬러 특별검사(특검)의 수사를 받게 됐다.
그리고 미 법무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한 특검보고서에는 “러시아가 체계적인 방식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며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미 행정부로부터 얻을 혜택을 기대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러시아의 공모에 대해서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고 밝혀 미국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임 끝(GAME OVER)’이라는 문구를 자신의 소통창구처럼 활용해온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올렸고, 특검 보고서가 자신의 결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민주당과 정보기관 일부가 뮬러 특검 수사라는 형태로 쿠테타를 시도했다”거나 “2020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공세”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강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이에 힐러리 클린턴은 “즉각적인 탄핵 이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고, 민주당은 탄핵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반작용에 대한 우려나 명확한 증거를 확보한 후 움직여야한다는 신중론자와 탄핵을 요구하는 강경론자로 나뉘는 가운데서도 보고서의 원본 공개나 관련자 및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 소환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