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엉터리 행복주택 발표에 사과문 또 번복…“피해자, 이해도 떨어져” 변명

SH공사, 엉터리 행복주택 발표에 사과문 또 번복…“피해자, 이해도 떨어져” 변명

SH공사, 엉터리 행복주택 발표에 사과문 또 번복…“피해자, 이해도 떨어져” 변명

기사승인 2019-04-30 05:00:00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행복주택 대상자 선정 과정에 있어 공정성 의혹이 제기됐다. SH가 행복주택 서류심사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뒤바꿔 발표하고 뚜렷한 이유없이 해명을 여러 차례 번복해서다. 먼저 SH공사측은 서류심사 합격자 시스템을 돌리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공사측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SH, 엉터리 행복주택 발표에 사과문까지 번복= 30일 SH공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앞서 공사 측은 ‘1차 행복주택 서류심사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문자를 5366명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비(非)합격자 931명도 포함됐다. 

이에 공사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홈페이지와 휴대전화 문자로 선정 사실을 공지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대상자들에게도 동일한 문자를 발송하는 오류를 범하였다”며 사과문과 함께 재발표를 예고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과문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공사는 지난 2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각 오류 경위에 대한 내용이 달랐다.

26일 사과문에서는 “우선공급대상자에서 3배수의 심사대상자를 선발해야 하는데, 1배수만 선정한 후 잔여 2배수 명단을 일반공급의 추첨 대상자로 결정함으로써 서류심사대상자 커트라인에 속하신 분들이 문자를 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공급의 추첨대상자가 늘어나 서류심사 탈락 대상자까지도 서류심사대상자에 속하셨다는 문자가 발송되는 오류도 함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과문대로라면 서류심사 대상자 결정방식인 ‘우선공급 신청자 중에서 3배수를 선정’하지 않고 1배수만 선정했다는 것. 반면 29일 사과문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빠진 채 단순히 전산추출 실수로 인한 문제였다고 일축됐다. 신청자들 사이에서 서류심사 대상자 선정 과정에 있어 공사 측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행복주택 서류심사 대상자 결정방식은 모든 신청자를 순위별로 나열한 후 우선공급 신청자 중에서 약 3배수를 결정하게 돼있다. 이 과정에서 떨어진 우선공급신청자를 일반공급 1순위에 포함해 다시 일반공급에서 3배수의 심사대상자를 무작위 전산추첨을 통해 결정한다.

제보자A씨는 “앞서 26일에는 우선선정 대상자가 기존보다 적게 뽑히는 문제(3배수가 아닌 1배수)가 발생했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바뀐 29일 사과문에는 우선선정 대상자를 추가로 더 뽑았다는 말만 있을 뿐 어떻게 추가된 인원인지 등에 대한 공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과문은 공사 측이 서류심사 대상자를 한 번 무작위로 뽑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무작위로 뽑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며 “선정 과정에 있어서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오류 범해 죄송…문제될 상황은 없을 것“ = SH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잘못을 적극 시인했다. 공사측은 직원의 실수로 인해 추첨이 잘못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전체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이 이뤄지지 않고, 사전에 추첨된 가당첨자들 리스트를 바탕으로 추첨이 이뤄졌다는 것. 

SH 공공주택과 관계자는“전체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했어야 하는데, 직원의 실수로 시스템이 미리 추첨해 놓은 가당첨자 리스트를 바탕으로 명단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류심사 대상자 1순위 중에서도 안 뽑히고 일반공급으로 넘어간 사람이 생겼고, 일반공급 물량이 결과적으로 더 많아지게 돼 불합격자까지도 합격 통보를 받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도적으로 가당첨자 리스트를 바탕으로 추첨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며, 잘못 통보된 신청자들에게는 피해 보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담당자는 “가당첨자 리스트를 사용할 이유로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시스템이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별개로 자동적으로 리스트업을 해놓은 것이지, 이를 통해 추첨이 이뤄지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류심사 합격자 선정 여부를 수동으로 한 이유에 대해 “자동으로 하게 될 경우 한 번에 여러 명에게 연락이 가다보니 그에 따른 문의연락을 다 받기 어려웠고, 그에 따른 민원도 많아졌기 때문에 몇 분에 한 번씩 인원을 나눠 발표했는데 사람이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 잘못 발표한 1배수에서 3배수로 늘어난 인원에 대해선 기존 리스트를 바탕으로 증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우려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담당자는 “새로 추첨을 했다거나 그런 상황은 없었다. 기존에 마련해놓은 가당첨자 리스트를 바탕으로 3배수로 증원했다”며 “문자를 잘못 받은 분들께는 사과를 드렸다. 민원은 계속 들어오지만 당초 입주자 모집 공고사항에 관련 내용은 명시돼 있어서 원칙적으로 재추첨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변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문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선 “기존에 작성된 사과문의 내용이 복잡해서 신청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쉽게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에 제보자는 “잘못됐으면 해당 내용이 복잡하더라도 쉽게 풀어 해명해야지 뭉뚱그리는 건 책임감 부족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60~80%로 책정해 입주 부담을 낮춘 공공임대주택이다. SH공사의 올해 1차 공급 물량은 30개 지구 1743세대다. 최종 당첨자 발표는 8월 2일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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